승객들 "이제 좀 살겠다"

"휴 이제 좀 살 것 같습니다.씻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지난 23일 제주지역의 폭설로 사흘간 제주 공항에서 난민 신세였던 박순우(47)씨는 김해공항 도착장에 들어서자 안도감에 털썩 주저앉는 초등학생 딸을 보면서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25일 제주의 날씨 상황이 좋아지면서 이날 오후 3시40분 김해공항으로 출발하는 첫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그는 지난주 수요일 아내와 딸을 데리고 제주여행을 떠날 때 이런 일은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박씨는 가족들과 함께 공항에서 박스를 깔고 숙식하면서 반 노숙자 신세로 지냈다고 푸념했다.

김씨는 "첫날 결항 되면서 받은 예약대기표의 순번이 빨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항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흘 동안 씻지 못했는데 지금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목욕"이라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박씨와 함께 에어부산 BX8174편으로 부산에 도착한 나머지 승객 190명도 안도감을 감추지 못하며 일상 복귀를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최모(32)씨는 "오늘 외국출장이 예정돼 있었는데 내가 못 가는 바람에 다른 선배가 출장을 대신가 미안한 마음뿐이다"면서 "지금이라도 회사에 나가 밀린 업무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부끼리 여행을 갔다가 제주에서 고립됐던 차모(45)씨도 "소규모 점포를 하는데 오늘 하루는 문도 못 열고 장사를 접었다"면서 "서둘러 집에 가서 내일 할 일을 점검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공항공사 부산본부는 이날 오후 제주를 출발해 김해로 오는 항공편이 모두 40편(임시 36편, 정기 4편)으로 8천명가량이 수송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