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대표 "공대생이면 창업의 감을 잡고 졸업해야죠"
“사회에서는 대학생들이 창업에 나서야 한다고 아우성이지만 막상 창업 활동을 하다 보면 학교를 아예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승재 버킷플레이스 대표(29·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4년·사진)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생 창업가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2013년 모바일 인테리어 정보 공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버킷플레이스를 창업한 이 대표는 올해 1학기부터 시행되는 서울대 공과대학의 ‘창업대체학점제(학생들의 창업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이끌어 낸 주역 중 한 명이다. ▶본지 1월21일자 A1면 참조

이 대표가 작년 9월 학교 측에 먼저 창업대체학점제 도입을 제안한 이유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2010년부터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든 그는 당시 서울대의 휴학 가능 한도인 3년을 다 채운 상태였다. 학교에서 제적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올해 1학기엔 반드시 복학해야 했다. 이 대표는 “복학하면 아무래도 예전처럼 회사 일에 집중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많은 고생 끝에 이제 막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놨는데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2006년 서울대 공대에 입학한 이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가를 지망한 건 아니었다. 그는 “처음 공대에 들어갔을 땐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황창규(KT 회장), 진대제(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 같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적당히 여행도 다니고 동아리 활동도 하는 등 평범한 생활을 했다”고 했다.

대기업 샐러리맨을 꿈꾸던 평범한 공대생의 마음이 창업으로 돌아선 계기는 2008년 태국 교환학생 시절이었다. 이 대표는 “당시 미국에서 온 학생들과 어울려 지냈는데 그들 중 대학에서 기업가 정신을 전공했다는 한 학생이 ‘미국에 돌아가면 꼭 창업을 할 것’이라고 늘 말하고 다녀 인상 깊었다”며 “창업을 누구나 쉽고 자연스럽게 시도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점에 충격받았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2011년 태양광 쓰레기통 제조회사인 ‘이큐브랩’을 세운 데 이어 2013년 모바일 인테리어 정보 공유 앱(응용프로그램) ‘오늘의 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를 창업하는 등 지금까지 6년째 창업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창업 열풍에 대해 “기존 대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작고 혁신적인 조직들이 뭔가 새로운 걸 창출해내야 할 때”라며 “앞으로 최소 10년은 스타트업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이유에서 그는 “대학의 학사제도나 수업 등이 학생들의 창업 저변을 넓히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벤처나 창업 전공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공대생이면 누구나 창업에 대한 감을 잡고 졸업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