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에 한 번꼴 매 맞는 소방관들

추운 겨울에도 시민을 구하려고 자신의 몸을 던지는 119구급대원들을 폭행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자신을 구하러 온 구급대원을 수차례 폭행하고 구급 장비를 파손한 혐의(상해·공용물건손상·소방기본법 위반)로 송모(47)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10일 오전 2시40분께 서울 왕십리역 인근에서 119구급차에 탄 뒤 구급대원 박모(36)씨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전치 2주의 뇌진탕 등 상해를 입게 했다.

조사 결과 건설 현장 근로자로 일하는 송씨는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자 소주 2병을 마셔 만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술에 취한 채 길을 가던 송씨가 넘어져 안면에 피를 흘리자 지나가던 시민이 119에 신고해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송씨는 구급차에 타자 자신을 구하러 온 박씨를 폭행했다.

경찰 조사에서 송씨는 "임금을 받지 못한 화풀이로 때렸다"고 진술했다.

폭력 전과 21범인 그는 술에 취해 가족과 이웃은 물론 경찰에게도 폭력을 휘두른 전형적인 '주폭'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도 운전자를 폭행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전남 목포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입원실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를 권유하는 구급대원의 다리를 수차례 걷어찬 A(52)씨가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해 10월에도 경기 양주에서 자신을 도우러 온 여성 구급대원을 술에 취해 별다른 이유 없이 때려 얼굴에 멍이 들게 한 오모(56)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구급대원을 포함해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폭행을 당한 경우는 총 538건에 달했다.

사흘에 한 번꼴로 구조 요청자에게 되레 매를 맞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급대원 폭행의 90% 이상은 술 취한 사람이 저지른 것"이라면서 "구급대원 폭행은 물론 서민 생활을 침해하는 주폭에 대해 더 적극적인 수사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