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0년 중점추진 27개 정책과제에 포함…'수사권 갈등' 재현 주목
경찰고시·경찰청장 장관급 등 숙원사업도, '음향대포' 도입키로 해 논란될듯


경찰이 14일 조직의 숙원인 '수사권 독립'을 향 후 30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할 주요 정책과제로 선정했다.

수사권 독립 문제는 2011년 6월 정부 차원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경찰이 4년여 만에 수사권 독립 의지를 다시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경찰과 검찰 사이의 해묵은 수사권 갈등이 재현될지 주목된다.

경찰청 새경찰추진단은 이날 오전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새경찰추진자문위원회'를 열어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경찰 미래비전 2045'를 확정해 발표했다.

경찰은 지난해 창설 70주년을 기념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래전략대학원에 용역을 줘 향후 30년간 추진할 정책과제를 연구해왔다.

수사권 독립 부분은 미래비전의 27개 주요 정책과제 가운데 '당당한 법집행력 기반 강화' 과제에서 다뤄졌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도록 수사와 기소 권한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을 과제로 삼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일반 사건에 대한 수사를 경찰이 모두 담당하되, 특수한 사건에 대한 수사나 경찰 수사가 이뤄진 이후 공소유지를 위한 수사 및 수사지휘는 검찰이 행사하도록 수사권을 배분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또 구속, 체포,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을 할 수 있는 '영장'도 검찰이 독점한 청구권을 경찰이 확보할 수 있도록 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일반직 공무원 5급에 해당하는 '경정' 채용을 정례화하는 '경찰고시'를 도입해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방안이나, 군(軍)의 군무원 제도처럼 경찰행정직을 신설해 4천명에 달하는 경찰청 일반직 공무원의 사기를 진작하는 방안, 경찰청을 부(部)로 승격하고 장의 직급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는 방안 등 경찰의 숙원사업도 장기 추진과제로 명시됐다.

경사 이하 인재를 경찰대나 간부후보생 과정에 편입시켜 일정 기간 교육을 해 초급간부인 경위로 승진시키는 '고속승진제도'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총경·경정을 2년 근무 후 명예퇴직을 조건으로 승진시키는 '임기제 승진제도' 도입도 장기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불법 폭력 집회·시위 대응 장비로 '저주파 음향기'나 '초음파 위상배열 음향기'의 도입을 중기(2021∼2030년)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비는 인간이 20㎐ 이하 주파수의 강한 음향 속에 놓이면 속이 울렁거리거나 심리적 불안 등으로 무력화되는 현상을 이용한 것으로, 군사용으로는 이미 개발된 상태이다.

경찰은 오남용 방지를 위한 통제장치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음향대포'로도 불리는 이 장비는 경찰이 2010년 도입을 추진했지만 안전성 문제가 부각돼 무산됐던 적이 있어 재차 논란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외에도 ▲ 첨단 범죄예방·검거시스템 구축 ▲ 빅데이터 활용 치안활동 강화 ▲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치안기능 첨단화 ▲ 자율주행 차량 및 무인비행장치 관리방안 마련 ▲ 범죄 피해자 보호 강화 등을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은 미래비전 연구결과를 앞으로 치안 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한편 책자로 만들어 전국 경찰관서에 배포해 일선 경찰관들과 공유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