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잘못에 이례적으로 무더기 중징계…"책임질 사람은 빠졌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에서 무더기 중징계 요구 결정이 나오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리를 저지른 것이 아니고 열심히 업무를 추진하다 발생한 잘못에 대해 16명(중징계 9명 포함)이나 무더기로 징계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14일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메르스 예방 및 대응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총 16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양병국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해임', 질병관리본부 센터장은 '강등', 복지부 국장급 고위공무원 포함 7명에게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또 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의 7명에게는 감봉 등의 경징계를 내렸다.

여기에는 지방 보건소 직원 2명도 포함됐다.

높은 징계 수위에 복지부 내에서는 예상은 했지만 '허탈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복지부의 한 공무원은 "책임져야 할 사람은 빠지고 현장에서 밤낮없이 일했던 공무원들이 중징계 대상이 됐다"며 "많은 직원들이 많이 허탈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오면 복지부든, 질병관리본부든 누가 열심히 일하고 싶겠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간부급 공무원은 "시스템적으로 부족함이 많던 상황에서 "주말·휴일을 반납한 채 현장을 뛰어다녔다"며 "방역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던 사람에게 가혹한 징계가 내려졌다"고 안타까워했다.

메르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최근 4개월여만에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금의환향'한 문형표 전 장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문 전 장관은 메르스 사태 당시 방역당국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병원명 공개, 미진한 환자 추적 등 결정적인 순간마다 논란에 휩싸였다.

복지부의 한 공무원은 "모든 책임은 장관이 져야할텐데 정작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빠져있다"며 "문 전 장관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고, 실무진과 현장 인력이 모든 잘못을 떠안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현재 진행 중인 국가방역체계 개편 작업을 조속히 완료하겠다"며 "질병관리본부의 내적 역량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