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7000만원 현금 수수 유죄…명품시계·안마의자는 무죄

명품 시계와 안마의자, 현금 등을 분양대행업체 대표에게서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무소속 박기춘(60) 의원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엄상필 부장판사)는 8일 박 의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4개월과 추징금 2억7천868만원을 선고했다.

증거은닉 교사 혐의에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게 한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이 1심 형이 확정되면 박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재판부는 "중진 국회의원으로서 후배 정치인과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지위에 있으면서도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며 "정치권력과 금권의 결탁을 방지하려는 입법 취지에 반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훼손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금품공여자에게 특혜를 제공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피고인이 소관 분야 업체 대표와 개인 친분을 이유삼아 거액의 금품을 받은 것은 깨끗한 정치를 염원하는 국민에게 좌절과 실망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사 초기 범행 일부를 인정하는 자수서를 제출했으며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성실한 의정활동과 지역 발전 기여 등을 이유로 다수의 국회 관계자와 지역구 주민이 선처를 탄원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 의원의 혐의 중 합계 8천만원 상당의 명품시계와 안마의자는 불법 정치자금이 아니라며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제 피고인이 보관하면서 사용했고 달리 양도하거나 금전으로 바꿔 사용하거나 이를 계획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며 "명품시계가 착용자의 지위를 표상하며 품격을 높여준다는 검찰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3억1천800만원, 증거은닉교사 혐의로 징역 1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명품 시계와 안마의자를 무죄로 판단한 부분 등과 관련해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2011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대표 김모(45)씨에게서 명품 시계와 안마의자, 현금 등 3억5천8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작년 8월 구속기소됐다.

명품 시계 중에는 시가 3천120만원짜리 해리윈스턴 시계와 3천957만원짜리 브라이틀링 시계 등이 포함됐다.

그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측근 정모(51)씨를 시켜 명품 시계 7점과 가방 2개를 김씨에게 돌려주고 안마의자는 정씨 집에 보관한 혐의(증거은닉교사)도 받았다.

박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분양대행업체 대표 김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