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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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국회를 버리면 ‘개털’이다. 국회에 가서 토론하라고 국민이 대표로 보냈는데 거리에서 헤매면 국민이 신뢰하겠나.”

선거 패배 등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5선)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야당은 국회에서 치열한 입법 투쟁을 할 때만 존재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국민이 짜증낼 정도면 장외투쟁은 필요 없는 것”이라며 “그건 재야단체나 민주노총에서 할 일이지 입법하는 사람들이 나가서 뭘 하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19대 국회의 야당에 대해 “‘데모하지 말자고 데모하는 데모꾼’들처럼 장외 강경투쟁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자성했다. 정부 정책에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계파 갈등과 반목 등 새정치연합의 고질적인 문제를 정부·여당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당내 강경파들이 득세하게 된 배경으로 꼽았다. 문 의원은 “기강이 가장 중요한 곳은 경찰 다음으로 정당”이라며 “기강이 안 선 정당은 당이 아니고 무리가 모여 있는 무리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협상안이 의원총회에서 거부된 것도 당 기강이 확립되지 않은 이유가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년 총선 지도체제를 놓고 집단 탈당 얘기가 나올 정도로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새정치연합을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에 비유했다. 문 의원은 “당 리더십 부재가 야당의 위기, 나아가 한국 정치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당 지도부가 골고루 얘기를 들은 뒤 결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며 “결단을 내린 뒤에는 모든 것을 책임져야지 도망가거나 피해가면 그게 바로 ‘세월호 선장’”이라고 비판했다.

주류 비주류, 계파 수장 간 집안 싸움으로 국회에서 제 역할을 못한 야당 상황과 관련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문 의원은 “지도부가 현안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뒤에서 조정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도부끼리 만나고 최고위원들끼리도 만나야 한다”며 “(지금처럼)당 대표 말 다르고 원내대표 말 다르고, 최고위원들까지 딴소리 하면 이게 무슨 ‘아사리판’이냐. 야바위꾼들이 하는 모습이지. 이런 모습을 보고 국민이 (새정치연합을) 믿겠느냐”고 성토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한 국회선진화법이 첫 도입된 19대 국회에 대해 “툭하면 몸싸움을 벌이던 ‘동물국회’가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야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며 불임(不姙)국회, 식물국회로 전락한 것을 병폐로 꼽았다.

문 의원은 “여야가 싸움질을 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문제”라며 “법을 만드는 국회가 ‘룰’을 무시하고 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협상이 무산되고, 정치가 희화화의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가 국민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제대로 법을 지켜가면서 협상 테이블에 앉고 협상 내용을 지켜나갔다면 국회가 지금처럼 욕을 먹겠어요”라고 되물었다.

손성태/은정진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