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을 다른 점포에 임의로 재배정한 혐의(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남용 불이익 제공)로 아모레퍼시픽과 이 회사 이모 전 상무를 8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005~2013년 설화수 등 아모레퍼시픽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방판특약점 총 187곳에서 방문판매원 3686명을 다른 신규 특약점이나 직영 영업소로 재배정한 혐의다.

판매원은 방판특약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점포주와 계약을 맺으며, 아모레퍼시픽은 계약 당사자가 아닌데도 부당하게 남의 계약에 개입한 것이다. 방문판매원 빼내기는 실적이 우수한 방문판매원을 대상으로 삼았다. ‘(실적우수) 판매원을 절대 다른 특약점에서 선정하지 못하도록 할 것’ ‘철저 보안 유지할 것’ 등의 업무 지침이 사내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두 차례 이상 방문판매원을 빼낸 점포가 70개에 이르고 다섯 차례나 인력을 뺏긴 점포도 있었다. 숙련된 방문판매원을 뺏긴 187개 점포의 1년 매출 하락 추산액은 726억원(중소기업청 산정 기준)에 달했다. 우수 인력을 빼내간 신규 특약점은 69.1%가 아모레퍼시픽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차린 점포였다.

검찰은 아모레퍼시픽 방문판매부장이었던 이 전 상무가 이런 불공정행태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그를 불구속기소했다. 아울러 이 전 상무에 앞서 방문판매부장 업무를 맡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또 다른 이모씨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