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도봉구청장(가운데)과 도봉구청 복지정책과 직원들이 지난 1일 구청 로비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하트를 그려 보이고 있다. 도봉구청 제공
이동진 도봉구청장(가운데)과 도봉구청 복지정책과 직원들이 지난 1일 구청 로비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하트를 그려 보이고 있다. 도봉구청 제공
3년 전 아들이 실종된 뒤 홀로 손녀를 키우고 있는 최모 할머니(68) 통장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름으로 매달 5만원이 입금된다. 이 돈을 기부하는 사람들은 서울 도봉구청 공무원. 도봉구 공무원들은 관내 불우이웃을 위해 매달 일정액을 모금회에 기부하고 있다.

2013년에 이어 올해도 후원을 받게 된 최 할머니는 “5만원이 다른 사람들에겐 적은 돈일지 모르지만 벌이 없이 초등학생을 혼자 키우는 나에겐 결코 적지 않은 돈”이라며 “나를 후원하는 공무원들의 얼굴도 모르지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도봉구청에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위해 모든 구청 직원이 소액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매달 5000~1만원씩 모금회에 기부한다. 구청 공무원 1100여명이 동참하며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연 5000만~7000만원에 달한다. 모금회는 이 돈을 도움이 필요한 도봉구 주민 120여명에게 월 5만원씩 전달하고 있다.

도봉구 공무원들이 이 같은 소액 기부를 시작한 건 2007년이다. 도움이 필요한 구민을 지역 독지가와 연결해주는 ‘도봉 한가족 이웃돕기’ 사업을 추진했던 구청 직원들이 “우리도 동참하자”는 의견을 내면서 본격화된 것이다. 첫해에는 직원 760여명이 후원금 3500여만원을 모아 158가구를 후원했다.

지금처럼 모든 직원이 소액 기부에 참여한 건 2010년부터다. 이정숙 도봉구청 복지정책과장은 “도봉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빈곤층 바로 위의 차상위 계층 주민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직원 사이에 ‘미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구민들을 찾아 돕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모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원 대상자 선정은 각 동주민센터 방문복지팀 직원들이 맡는다. 차상위계층과 기초수급자 가운데 가장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구민들이 지원 대상자로 뽑힌다. 2010년부터 지난 9월까지 706명을 후원했다. 기부금 누적액은 약 4억원에 달한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구청의 모든 공무원이 작은 정성을 모아 구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며 “크지 않은 모금액이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직원들과 함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구민을 찾아 돕겠다”고 말했다.

기부 상담 및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업모금팀(02-6262-3155~6) 또는 사랑의열매 나눔콜센터(080-890-1212)로 하면 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홈페이지(www.chest.or.kr)를 통해서도 기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