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이른바 ‘11·11 옵션쇼크’를 일으킨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이 피해를 본 투자자에게 손해액을 모두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앞서 법원은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이 피해를 본 투자자에게 피해액의 약 80%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화해권고 결정을 두 차례 내렸다. 도이치증권 등의 대량 매도가 시세조종이란 점을 인정한 판결은 처음이다.

▶본지 11월26일자 A23면 참조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1부(부장판사 오영준)는 26일 플러스멀티스타일사모증권투자신탁 39호를 신탁 운용한 국민은행이 한국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국민은행은 손해배상 청구액인 7억1848만원을 모두 받게 된다.

재판부는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의 임직원들은 합성선물 및 풋옵션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사전에 계획된 방법으로 2조4000억어치 주식을 매도해 인위적으로 코스피200 주가지수를 247.51포인트로 급락시켰다”며 “피고 측은 자본시장법상 위법한 시세조종 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으로 한국거래소가 제출한 감정결과 중 하나인 정상 주가지수(252.55포인트)를 제시했다. 2010년 11월11일 옵션만기일 당시 도이치 측이 낸 매도주문과 같은 물량의 매도주문이 있었다는 전제 아래 정상주가지수를 산출한 것이다. 재판부는 “도이치증권의 시세 조작이 없었다면 국민은행이 매도한 풋옵션은 정상 주가지수(252.55포인트)보다 행사가격이 낮아 매수자에 의해 행사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풋옵션 행사로 손실한 금액인 7억1848만원 전부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배모씨 등 개인 투자자 두 명이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청구액 일부인 12억여원과 3억여원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투자자들의 과실이 있다는 도이치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된 도이치 옵션 쇼크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11건 남았다.

임도원/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