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뭘 살까?…따라해야지!"
직장인 박민아 씨(27)는 최근 회사에서 매달 받는 문화생활비로 ‘아들러의 심리학’을 다룬 책 《미움 받을 용기》를 샀다. 박씨는 “얼마 전 이 책이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종합 1위 최장기 기록을 깼다는 뉴스를 보고 사기로 마음먹었다”며 “그런 뉴스를 보면 ‘나도 읽어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취향이나 관심보다는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순위 추종형’ 콘텐츠 소비가 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1위 도서가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0.3%에서 올해 0.6%로 뛰었다. 같은 기간 1~10위 도서의 판매점유율도 1.8%에서 2.3%로 올랐다.

책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음악, 영화, 공연, 웹툰 등 각종 문화콘텐츠 상품을 고를 때 순위를 ‘제1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과 시장조사 전문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최근 20~50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문화콘텐츠 소비실태’를 조사한 결과 베스트셀러 순위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 신뢰도는 영화 79.9%, 도서 65%, 음원 56.7%에 달했다. 자신의 취향대로 문화를 소비한다는 응답 비율은 도서 38.05%, 영화 35.4%, 음원 28.6%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매사에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결정 장애’ 성향이 이런 ‘순위 추종형’ 소비를 낳고 있다고 분석한다. 문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넘쳐나는 콘텐츠 정보가 대중의 취향을 오히려 단순화시킨다”며 “시간은 없고, 책임지기는 싫은데 정보는 쏟아지는 상황이 순위에 대한 사람들의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