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불패'? 국·영·수 수능 1등급 비율 5년새 30% 초반 → 40%로 ↑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되면서 1등급을 받는 상위권 수험생 가운데 재수생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재수를 통해 ‘대학 업그레이드’에 성공하는 수험생이 늘어나면서 ‘재수불패(재수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뜻)’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2일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15학년도 수능 국어·수학·영어에서 1등급을 받은 재수생 비율은 5년 전에 비해 최대 11.5%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 A형 1등급에서 재수생 비율은 2010학년도 32.4%(국어는 2013학년도까지 A·B형으로 나뉘지 않음)에서 2015학년도 39.0%로 증가했고 국어 B형은 지난해 수능에서 35.6%로 높아졌다.

수학 A형도 1등급 중 재수생 비율이 같은 기간 37.4%에서 39.3%로 증가했고 B형은 36.6%에서 48.1%로 증가했다. 영어는 33.6%에서 40.2%로 늘었다.

수능 1등급 중 재수생 비율 증가는 특히 자연계에서 두드러졌다. 자연계가 주로 선택하는 국어 A형과 수학 B형의 재수생 비율이 인문계가 많이 보는 국어 B형과 수학 A형보다 높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 국어 A형의 1등급 중 재수생 비율은 B형보다 3.4%포인트 높다. 수학 B형의 1등급 재수생 비율은 5년 전에 비해 11.5%포인트나 증가했다. 재수생이 전체 수능 응시생의 2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수학 B형에서 재수생 약진이 두드러진다.

수능 1등급에서 재수생 비율이 늘어난 것은 고3 재학생과 달리 정시모집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고3 재학생은 학생부 교과, 비교과, 자기소개서, 논술 등 수시모집에 대비하면서 수능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데 반해 재수생은 복잡한 수시를 준비하지 않고 수능에만 ‘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쉬운 수능’으로 만점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떨어지는 상황도 상위권 수험생들의 ‘반수’를 부추기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등 최근 이과 쏠림 현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문과보다는 이과 재수생들이 수능 상위권 등급을 차지하는 비율이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