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현행법상 배임죄의 문제로 ‘경영상 판단’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다는 점,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는 모두 처벌 대상으로 한다는 점, 법문에 없는 ‘손해발생의 위험’도 처벌한다는 점 등을 꼽는다.
[기업 투자 발목잡는 배임죄] 재계가 꼽는 배임죄 3가지 문제점
경영판단의 원칙 미적용

형법과 각종 특별법상 배임죄의 정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이다. 기업에서 배임죄는 회사의 경영자(대리인)가 사적 이익을 위해 회사(본인)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에 적용된다. 그러나 기업 투자는 본질적으로 실패 위험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손해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 배임죄로 처벌하면 투자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상법상 배임죄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2004년 대한보증보험의 한보그룹에 대한 특혜 보증 사건에서 ‘기업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있기 때문에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기업 이익에 합치한다고 믿고 신중하게 결정했다면 결과적으로 기업에 손해가 발생해도 배임죄로 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법원 스스로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임무위배 행위의 모호함

배임죄를 결정하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도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법원은 임무위배 행위를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라고 보면서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임무위배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전경련은 “모호한 배임죄 요건 때문에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하는 경우도 많다”며 “독일처럼 ‘권한 남용 행위’ 등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배임죄 처벌 조건을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임무위배를 한 행위’ 등 목적이나 고의성이 있을 때로 제한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손해발생 위험성만으로 처벌은 부당

배임죄 조문이 ‘손해를 가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법원이 ‘손해발생의 위험성’만으로 처벌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정민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손해발생의 위험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검사가 져야 할 손해 발생 입증 책임을 사실상 기업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형법상 배임죄가 미수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도 모순된다”고 설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