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델파이 노조의 '이상한 투쟁'
한국델파이 인수를 추진 중인 S&T그룹이 한국델파이 노조의 반대 움직임에 대해 ‘인수합병(M&A) 불법 개입’이라며 강력 대처하기로 한 것은 5년 전 아픈 기억 때문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국델파이는 1984년 미국델파이와 대우그룹이 대우자동차에 차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각각 50%씩 출자해 세운 회사다.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자 대우 측 지분 50%는 채권단에 넘어갔고, 채권단은 2010년 하반기 지분 매각에 나섰다.

한국델파이 노조의 '이상한 투쟁'
사업 확장을 추진하던 S&T그룹은 S&T모티브(옛 대우정밀)를 주체로 의향서를 제출하며 인수전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델파이 노조는 S&T그룹이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과 대우정밀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을 벌인 것을 이유로 반대 작업에 나섰다. 1000여명의 노조원들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벌였다. 매각 주관사에 S&T를 비난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델파이 노조는 “S&T가 인수 참여를 철회한 것은 한국델파이 노조의 반대뿐 아니라 S&T그룹 노조협의회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S&T와는 다른 의견을 밝혔다.

S&T그룹은 이번에도 양상이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델파이가 지분 50% 매각 협상을 2대 주주인 이래 측과 진행하는 과정에서 S&T가 관심을 보이자, 한국델파이 노조는 4월21일과 28일 해리 루돌프 수석부사장을 면담했다. 노조는 “S&T에 매각되면 즉각적이고도 전면적인 총파업을 전개하겠다”는 뜻을 미국델파이에 전달했다. (한국델파이 4월29일 노조 소식지)

한국델파이 노조는 지난 12일 S&T중공업이 “한국델파이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공시를 내자 투쟁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19일엔 경기 용인에 있는 미국델파이 한국지사를 찾아 임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하기도 했다. 28일엔 820여명의 조합원이 20대의 버스를 나눠타고 S&T중공업 창원 본사를 찾아 대규모 집회를 하기로 했다. 앞으로 최대 납품처인 한국GM의 구매본부장을 면담하고 공문을 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S&T로의 매각 반대를 관철해 나가기로 했다. 홍주표 금속노조 한국델파이 지회장은 “S&T가 한국델파이를 인수하면 노조를 탄압하고 고용조건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총력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T는 한국델파이 노조가 인수 경쟁 상대인 이래 측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개입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델파이 임직원은 현재 한국델파이 2대 주주인 이래ns에 지분 참여를 하고 있다. S&T 관계자는 “한국델파이 노조가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이래 측의 한국델파이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S&T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T는 한국델파이 노조가 개입하는 것은 단순히 입찰을 방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 178조1항은 부정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경쟁을 배제하고 ‘우선협상대상자 및 매수인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나서는 것은 이 조항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