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의 관광호텔 신축 허가를 놓고 법원이 한 달 사이에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1부(부장판사 이승택)는 건설시행사 대표 전모씨가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학교 인근에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전씨는 서울 천호동에 있는 D중학교 인근에 지하 4층~지상 22층의 관광호텔을 짓기 위해 지난해 12월 강동송파교육청에 허가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해당 부지는 학교 출입문에서 125.57m, 학교 경계선에서 직선거리로 20.47m 떨어진 곳으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m, 경계선으로부터 200m) 내 상대정화구역에 포함돼 있다. 전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호텔 투숙객이 창문을 열거나 학생들이 망원경 등을 사용하면 호텔 내부를 충분히 볼 수 있는데 이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성에 눈뜨기 시작하는 중학생의 건전한 성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23일 이와는 정반대 판결을 내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차행전)는 고모씨가 서울 이화동에 관광호텔을 신축하게 해달라며 서울중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호텔 부지 인근에는 관광 수요나 유동인구가 많은 동대문, 대학로 등이 있고 해당 호텔은 외국인 관광객, 비즈니스맨 등을 위한 객실 위주로 설계가 이뤄져 있는 등 호텔 부지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의 학습과 학교 보건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호텔 신축을 금지해 얻는 공익 목적보다 고씨가 받는 재산권 침해의 불이익이 더 크다는 취지였다. 서울행정법원은 2013년에도 초등학교에서 직선거리로 80여m 떨어진 곳에 비즈니스호텔을 세울 수 없도록 한 교육당국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최광석 로티스 변호사는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호텔 신축 관련 소송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사건마다 사안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상반된 판결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판단 기준이 뭔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 앞 호텔 신축 허가 소송에선 해당 학교 의견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전씨가 낸 소송에선 학부모를 포함한 학교 측이 호텔을 짓는 데 동의했지만 법원에서 ‘신축 금지’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법원이 여러 사안을 고려해 판단하겠지만 재판부에 따라 엇갈린 판결이 나오면 업계에선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판결이 아닌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