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공공기여금 1조7000억원은 내 몫"…서울시-강남구 싸움에 한전부지 개발 차질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잠실 일대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에 따른 현대자동차그룹의 공공기여금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다. 2013년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재산세 공동 과세, 과장급 인사 교류 등 사사건건 대립하는 두 지방자치단체의 감정싸움으로 개발사업이 지연돼 애꿎은 기업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12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서울시의 이번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고시에 명백한 위법 사유가 있다”며 “이달 21일 전에 취소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신 구청장은 “서울시가 지구 결정을 고시하면서 국토계획법과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했다”며 “재원 조달 방안, 경관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누락하고 주민 의견 청취 기회를 박탈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월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옛 한국전력 부지 일대에서 잠실종합운동장까지 확대한 내용을 변경·고시했다.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구역을 확대한 이유는 현대차의 옛 한전 부지 매입에 따른 공공기여금을 잠실운동장 일대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상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곳에만 해당 지역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을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10조5500억원에 한전 부지를 매입한 현대차는 용적률 상향에 따른 토지가치 상승분의 일부를 공공기여금으로 내야 한다. 현대차는 최근 서울시에 1조7000억여원의 공공기여금을 내겠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는 이 돈을 잠실운동장 일대 개발에 우선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강남구는 공공기여금을 영동대로 ‘원샷 개발’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동대로에는 2026년까지 광역급행철도(GTX) 등 수도권 철도노선 6개가 신설될 예정이다. 개별 공사 시행 시 교통체증과 함께 최소 20년가량의 공사 지연 및 예산 낭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공공기여금을 영동대로 통합 개발에 써야 한다는 것이 강남구의 설명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구역 변경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강남구가 누락했다고 주장한 경관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은 앞으로 세부계획 수립과정에서 이행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시는 또 현대차의 공공기여금은 잠실운동장 등 기반시설 확충에 우선 사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측의 첨예한 갈등으로 옛 한전 부지에 국내 최고인 571m(115층)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및 업무·숙박·공연시설을 짓겠다는 현대차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GBC를 2017년 초 착공해 2020년께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GBC 착공에 앞서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가 기존 한전 건물 지하에 있는 변전소 이전이다. 주변 지역 6000여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는 향후 개발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증축이 필요하다. 현 변전소가 있는 곳에 GBC가 건립될 예정이어서 이전도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지난 6월 이전 증축 허가를 신청했지만 강남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전소 이전 허가는 관할구청인 강남구의 몫이다. 신 구청장은 이날 “서울시가 공공기여금을 영동대로 개발에 전적으로 쓰겠다고 약속하면 구청장이 책임지고 허가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변전소 공사 기간과 시험운영까지 감안하면 1년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변전소 이전 허가가 계속 지연되면 GBC 착공 계획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