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보다 코앱이 직무능력 더 잘 반영"
취업희망자의 인지능력을 측정하고 분석해주는 ‘코앱(KOAP·한국직무능력인증시험)’이 하반기 취업시장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코앱이 기업들이 원하는 업무 수행능력을 다른 어떤 스펙보다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평가가 인사담당자 사이에 퍼지고 있다. 최근에는 영어점수보다 코앱 등급을 더 중시하겠다는 기업도 나온다.

기업들은 올 들어 입사지원서에서 학점, 어학점수 기재란을 잇따라 없애고 있다.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어학점수나 학점 기재란을 없앤 ‘스펙초월 인턴제도’를 도입했다. 두산은 공채 이력서에 학점 기입란을 없애 정량적 평가를 최소화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자기소개서 항목에 불필요한 스펙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1차 면접을 ‘블라인드’ 형태로 진행할 예정이다. 대기업 L사 관계자는 “토익성적이 우수해도 실무에서 영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영어 인터뷰를 통해 외국어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버 스펙’보다 ‘온 스펙’을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 채용 기업 270곳에 입사한 신입사원의 스펙을 분석한 결과 영어점수를 보지 않는 기업이 10곳 중 7곳이나 됐다. 영어 대신 인·적성검사 등을 반영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이 자체 인·적성검사 HATCH를 도입한 데 이어 포스코도 지난 10일 PAT를 도입했다.

인·적성검사 전문기관인 BSC에 따르면 코앱을 활용하는 기업은 샘표식품, 디지털 영상저장장치(DVR) 전문 생산기업인 아이디스, 카드단말기 전문업체 블루버드 등 20여개에 달한다. BSC 관계자는 “적성검사가 업무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도구로 적절하다는 것은 이미 학계에서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규황 아이디스 부장은 “채용 담당자가 보지도 않는 쓸데없는 자격증을 따느라 취준생들이 시간과 노력, 비용을 허비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직무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코앱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앱(www.koap.or.kr)은 삼성 GSAT, 현대차 HMAT, SK SKCT 등 기존 대기업 적성검사의 공통분모를 모아 개발한 표준형 통합 적성검사다. 지난 3월 1회에 이어 8월22일 2회 시험을 치른다.

고기완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