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야경 같이 보실 분"…해외여행 중 번개모임 뜬다
“오늘 저녁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야경 보고 맥주 한잔 하실 분?”

6일 한 인터넷 여행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이처럼 해외 여행객 사이에 갑작스런 모임(번개)을 갖자는 글은 이 커뮤니티에만 하루 50여개가 올라온다. 번개모임을 통해 함께 여행할 사람을 구하고 여행정보를 공유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지역도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 중국 홍콩 태국 등 다양하다.

만남은 카카오톡 등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이뤄진다. 올라온 글 중에 관심이 가는 번개모임의 주선자 카카오톡 아이디로 참석 의사를 전달하면 구체적인 약속 장소와 시간이 답장으로 온다. ‘30대 직장인 모임’, ‘클럽 함께 가기’, ‘박물관 같이 관람하기’ 등 모임 주제도 다양하다.

번개모임에서는 맛집과 쇼핑정보 등 다양한 여행정보도 공유한다. 쓰지 않은 박물관 입장권이나 사용 기한이 남은 휴대폰 이용권 등을 나누기도 한다. 대학생 강모씨(25)는 “번개모임에서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점과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의류매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밤거리 등을 혼자 다니기 불안해하는 여성 여행자들이 동행을 구하기도 한다. 직장인 김모씨(26)는 “체코 프라하의 야경을 보고 싶었는데 여자 혼자라 무서워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며 “번개모임 덕분에 여러 명과 함께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같은 해외 번개모임이 늘어나는 것은 혼자 여행하는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21~30세 해외여행객은 249만명으로 2009년(163만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1인 여행객 중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0.6%에 달했다. 한 여행 카페 운영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에 능숙한 젊은 여행자들이 주로 번개모임을 조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번개모임이 성추행 등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 인터넷 여행 커뮤니티 관계자는 “번개모임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거나 모임 주선자가 실제 필요한 회비보다 많은 돈을 걷어 잠적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카페 활동이 많은 회원에게만 주선자 자격을 주는 여행 커뮤니티를 이용하거나 모임 전에 상대방의 신원을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