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특혜 등 여러 혐의 포착…정관계 로비로 수사 확대 가능성도

검찰의 '농협 비리'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서울 통일로 농협은행 본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뒤 31일 임의 제출 형식으로 리솜리조트 대출심사 서류 등을 확보했다.

농협 특혜대출 의혹의 중심에 있는 리솜리조트 그룹(29일), 농협중앙회 산하 여러 건물의 설계·감리 등을 전담한 H건축사 사무소(30일) 등에 이어 사흘 연속 강제수사를 벌이며 발 빠르게 의혹의 핵심으로 진입하는 형국이다.

이번 수사는 농협중앙회 수뇌부, 그 가운데서도 최원병(69)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 회장은 2007년 임기 4년의 농협중앙회 회장으로 선출된 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5년 후배로 전 정권 실세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여러 의혹 가운데 일단 리솜리조트 그룹 특혜 대출에 수사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리솜리조트는 2002년 이후 자본잠식 상태를 반복하며 최악의 재무건전성을 보였지만 농협은 10년간 매년 거액을 대출했다.

지금까지 리솜리조트가 차입한 금액은 1천649억원이지만 상환한 금액은 전체 대출액의 14%인 235억원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농협의 이런 대출 행태에 의문 부호를 붙이기도 했다.

농협 여신심사부의 한 간부급 직원이 2011년 리솜리조트에 대한 여신에 반기를 든 뒤 한직으로 밀려나 해고된 사례도 있다.

법원은 이 직원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리솜리조트의 재무상태나 사후 담보로 제공될 리조트의 분양 상황 등에 비춰 부당 대출 가능성을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리솜리조트 그룹 신상수(58) 회장의 횡령 혐의를 포착, 횡령한 돈이 대출 특혜를 위한 로비 자금으로 쓰인 게 아닌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정부의 입김이 센 농협의 특성상 로비가 있었다면 최 회장을 비롯한 농협 수뇌부뿐만 아니라 전 정권의 영향력 있는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연루됐을 개연성도 충분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특혜 대출 외에 최 회장의 다른 혐의를 포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H건축사 사무소를 압수수색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 업체가 농협과의 거래 과정에서 대금 부풀리기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농협사업 전담 인력까지 두고 수년간 농협과 거래를 해왔으며 건물 설계·감리 업무의 상당수는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친·인척이 이 업체의 고문으로 재직하며 거액의 고문료를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꼭 특혜 대출 의혹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 여러 혐의점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내비쳤다.

1988년부터 민선으로 선출된 농협중앙회 1∼3대 회장은 모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그동안 내부 회의석상에서 "범죄에 연루된 전임 회장들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 최 회장이 전임자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자신에게 씌워진 의혹에서 벗어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