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이 수년 내 세계 10위권 단과대학 진입을 목표로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국내 주요 대학 중 처음으로 감독 없이 시험을 치르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수업을 이끄는 ‘융합과학’ 과목을 도입하기로 했다.

자연대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 서울대를 찾은 리타 콜웰 미국 메릴랜드대 명예교수(전 미국국립과학재단 총재)는 “시설과 장비, 인적 자원 등 모든 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자연대는 콜웰 교수를 비롯해 각 분야 석학 11명을 초빙해 교육 및 연구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청취하는 해외석학평가를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실시했다.

콜웰 교수는 “서울대 자연대가 세계 10위권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교수 임용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전략 분야를 선정해 최고 수준의 교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석학평가 결과를 담은 보고서는 오는 9월 발표될 예정이다.

이 같은 요구에 맞춰 자연대는 내년 1학기부터 시험감독 없이 학생들이 양심껏 시험을 치르는 ‘아너코드(honor code)’를 도입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시험이나 과제 등에서 정직하게 행동하겠다는 서약을 남기고 이를 어길 시에는 징계를 감수하도록 하는 일종의 ‘명예 규정’으로 미국 프린스턴대, 스탠퍼드대 등 해외 명문대에서 운영 중이다.

또 자연대는 내년 1학기부터 전공과 관계없이 자연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는 융합과학 과목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 과목은 수강생이 강의 주제를 미리 공부한 뒤 예습한 내용을 토대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질문하며 수업을 이끄는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논문 연구에 집중한 나머지 교육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 우수 강의 10개를 선정해 시상하는 등 강의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