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의료 전문 변호사, 광범위한 의료지식 필요…의사출신 등 전문가 40여명 활동
의료소송은 2011년 876건(1심 법원 접수기준), 2012년 1009건, 2013년 1101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다른 전문분야와 비교하면 여전히 소송건수가 적다. 의사에 필적할 만한 의료지식이 필요하고 품도 많이 들어가지만 수임료는 짜다. 의료소송 전문변호사가 40여명에 불과한 이유다.

이들은 대형 로펌보다 주로 중소형 로펌에 포진해 있다. 또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전현희 전 민주당 국회의원 등 의료소송으로 유명해진 뒤 국회로 ‘외도’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의료소송 개척자는 신현호 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다. 1990년 개업 후 첫 사건으로 의료소송을 맡은 것이 그의 진로를 결정지었다. 25년간 외길을 걸어온 덕에 변호사 5명, 간호사 5명의 중소로펌(법무법인 해울)을 일궈냈다.

진행 중인 의료소송만 300건 정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소송을 공익소송으로 진행 중이며, 세월호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사회 참여도 적극적이다. 그는 “1990년대는 분만사고가 많았는데 요즘은 외국인 성형·미용수술 관련 소송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상수 변호사(24기)는 2세대 의료소송 전문변호사의 맏형 격이다. 최근 고 신해철 씨 사건도 대리했지만 만성통증 등 희귀난치성 질환이 전문분야다. 꾀병환자로 치부되던 만성통증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1999년부터 뛰어들었다. 2006년 대법원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 장해라는 판결을 이끌어내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변호사 8명(의사출신 1명 포함)에 간호사 2명이 함께 일하는 법무법인 서로는 갈수록 식구가 많아지고 있다.

의사 출신 변호사의 대표주자는 이동필(34기)·김연희(35기)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내과전문의, 김 변호사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다. 2006년 함께 법률사무소를 차린 이후 10년째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이들이 공동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의성은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일반의 과정을 마친 성용배 변호사와 두 명의 변호사가 가세해 막강 전문성을 자랑한다.

신 변호사와 서 변호사가 환자 측을 주로 대리하는 데 비해 의성에는 동료였던 의사들이 많이 찾아온다. 최근엔 보건복지부 및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사들 간 허위부당청구 환수 등 행정소송이 늘었다고 한다. 김연희 변호사는 “건강보험 등과 관련한 재정난을 막기 위해서인지 의사의 의료행위에 정부 측 간섭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