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결 결과 발표하는 박준성 최저임금위 위원장 >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9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표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전체 27명의 위원 중 근로자위원 9명은 불참했다. 연합뉴스
< 표결 결과 발표하는 박준성 최저임금위 위원장 >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9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표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전체 27명의 위원 중 근로자위원 9명은 불참했다. 연합뉴스
“요즘은 일감이 없어 하루 중 절반은 놀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경기가 최악입니다. 그런데 최저임금마저 큰 폭으로 오르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수도권 주물업체 C사장은 9일 최저임금 이야기가 나오자 이같이 하소연했다. 그는 “생산직 31명 중 11명이 최저임금을 주는 외국인 근로자인데 이들의 임금을 올려줘야 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받는 내국인들의 임금 상승 도미노도 우려돼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일감이 없어 가동률이 50% 수준에 머물고 있고 4년째 적자를 보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생산직 인력을 줄일 수도 없다. 경기가 살아날 경우 인력을 충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으면 임금을 올려주는 게 큰 문제가 되질 않지만 지금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中企 “최저임금 감내 어려워”

[최저임금 인상의 '불편한 진실'] 최저임금 3년새 24% 치솟아…중기 "임금인상 도미노 우려"
중소기업인들은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인한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8.1%나 오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경영여건이 어려운 영세기업들의 반발이 심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지난 5월 중소제조업체 가동률은 72.1%로 3월 72.8%, 4월 72.5%에 이어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섬유 의복 인쇄 비금속광물 가구업종은 평균 가동률이 60%대에 머물고 있다. 소한섭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최저임금을 올려 중소기업, 특히 소상공인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저임금을 지역별·업종별 사정에 맞게 차등 적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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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의 한 중소기업인은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잔업과 기숙사 세끼 식사, 퇴직금, 4대보험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월 250만~300만원씩 지급하는 셈”이라며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 대신 경영실적에 따라 노사자율로 임금을 책정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의점·외식업체도 직격탄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 인력 비중이 높은 편의점, 외식업체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인건비가 전체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서 많게는 60%까지 되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은 소규모 점포주들에게 큰 부담”이라며 “인건비 부담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뽑지 않고 점주가 직접 일하는 식으로 변하면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으로 최저임금이 상승해 점주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동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메르스 영향으로 매출이 줄었는데 임금까지 올려주면 남는 게 없다”며 “매년 물가상승률보다 큰 폭의 임금 인상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바족 “미흡” vs “해고 우려”

생활비나 용돈을 아르바이트로 충당하는 ‘알바족’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구직활동을 하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대학생 김모씨(26)는 “내년 시급이 6000원 선을 넘어서긴 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한 달 최저임금이 126만원인데 취직이 안 되면 이 돈으로 어떻게 먹고살고 노후를 대비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 증가로 종업원이 해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대현동의 한 문구점에서 복사 및 제본 일을 하는 직원 이모씨(30)는 “사장이 경영 사정이 안 좋다며 안 그래도 직원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었는데 인건비 부담을 감당 못하고 일자리를 줄이면 가장 큰 피해는 결국 직원들이 본다”고 우려했다.

김낙훈 中企전문·강영연·마지혜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