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 지정취소 최종권한…"교육청 평가 유명무실"
작년 6개교 지정취소 서울교육청 결정 교육부 뒤집어…올해도 재현되나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 사립고 평가 청문회가 학부모들의 반발로 잇따라 파행을 보이면서 자사고·특목고 평가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 등의 운영성과 평가는 5년에 한 차례 열린다.

고교평준화제도를 보완하고 설립 취지에 맞는 특색 있는 교육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인재를 육성하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취지다.

교육청이 교육부의 평가표준안에 따라 평가를 진행하고 학부모·교사 만족도 등의 점수를 합산한다.

기준점에 미달하면 교육청은 청문회를 열어 해당 학교의 의견을 청취한다.

청문회에서 교육청의 의구심을 없앨 만한 해명을 하고 적절한 개선계획을 제출할 경우 지정 취소를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사고·특목고 운영성과 평가 제도는 다양한 인재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사회 갈등을 드러내는 주요 갈등 의제로 부상했다.

지정취소 권한을 놓고 진보 교육감과 중앙정부 간의 대립, 탈락 위기에 몰린 학교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에 가로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학교 측의 무력함 등 다양한 문제들을 노출하고 있다.

진보교육감이 이끄는 교육청과 교육부와의 갈등은 작년에 정점에 달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취임한 직후 단행한 지난해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에서 교육청이 6개교의 지정취소 결정을 내리자, 교육부는 장관 직권으로 교육청의 결정을 취소했다.

서울교육청은 교육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곧바로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교육부는 법령 개정을 통해 교육청이 자사고나 특목고 등을 지정취소할 경우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제도를 바꿔버렸다.

자사고와 특목고 등을 '특권학교'로 보고 제도를 축소하려는 진보 교육감과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는 수월성 교육의 핵으로 여기는 중앙정부의 충돌에서 중앙정부가 완승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시·도교육청의 권위가 추락하는 문제가 발생, 학부모나 학교 측이 교육청의 평가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문제를 교육부로 바로 가져가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서울교육청의 특목고 운영성과 평가에서 기준점에 미달한 서울외고는 교육청이 세 차례나 청문 기회를 제공했지만, 끝까지 불응했다.

서울외고 측은 당초 청문회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려고 했지만, 학부모들이 "교육청은 믿을 수 없으므로 교육부에 사안을 가져가자"며 강하게 반발해 결국 청문회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자사고 평가도 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지정취소 청문대상이 된 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는 학교장들이 청문에 출석하려고 교육청 정문 앞까지 왔다가 집회를 연 학부모들의 저지에 가로막혀 출석을 포기했다.

어차피 교육청에 실권이 없으므로 자사고와 특목고 등에 진보교육감들보다 우호적인 중앙 정부에 가져가는 것이 낫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교육청이 자사고나 특목고의 지정취소를 결정해도 교육부에 최종 결정권이 있으므로 교육청의 결정은 유명무실해졌다"면서 "결국 교육청이 평가 결과에 대한 비난은 뒤집어쓰고 교육부는 팔짱을 낀 채 갈등을 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도 별다른 실권이 없어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청문회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발전 계획을 제시하면 된다"며 "자사고 안정과 발전을 위해 오히려 도움이 되는 자리인데 학부모 반발 등 외부 요인 때문에 출석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고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우선 자사고 지정취소 대상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학교들을 상대로 다시 한번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청문 절차에 불응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교육청의 지정취소 결정이 확정될 수 있다.

교육청은 오는 20일까지 평가를 마무리하고 자사고 지정취소 여부를 결정해 교육부에 동의를 구하는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자사고 지정취소의 최종권한을 가진 교육부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청이 지정취소를 결정한 뒤 동의를 구해오면 학교 측의 의견과 교육청의 평가결과를 종합해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작년 서울교육청이 지정취소한 자사고 6개교는 교육부가 교육청의 결정을 뒤집어 현재 자사고로 정상 운영되고 있다.

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를 둘러싼 갈등이 결국 교육부의 봉합으로 마무리되는 작년의 수순이 올해도 재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