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산악관광
인구 8000여명에 불과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골도시 매머드레이크. 이곳 사람들은 1년 내내 산악관광으로 먹고산다. 겨울 스키철에만 100만여명, 여름엔 120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봄가을에도 마운틴 바이킹, 하이킹, 곤돌라, 승마, 카약, 번지 트램플린 등을 즐기는 가족 관광객이 쉴 새 없이 밀려온다.

엄청난 인파 때문에 자연 훼손이 걱정될 법도 한데 이들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하다. 100여년 전에 이미 ‘자연과 인간의 공생법’을 체득한 덕분이다. 미국 환경영향평가는 까다롭기로 유명하고, 세계 최고 민간 환경운동단체 시에라클럽도 미국에 있다. 그렇게 깐깐한 그들이 수많은 논쟁과 시행착오 끝에 합의한 것이 ‘환경보전과 개발의 아름다운 접목’이다.

해발 4000m 몽블랑 고봉 가운데 있는 인구 1만여명의 프랑스 도시 샤모니도 마찬가지다. 매년 180만여명이 이곳에 와서 산악열차로 알프스 절경을 구경하고 빙하투어와 스키, 패러글라이딩 등 45가지 레포츠를 즐긴다. 주민들이나 관광객이나 환경 걱정 없이 마음껏 즐긴다. 연 440만여명이 찾는 일본 규슈(九州) 아소산국립공원의 아소팜랜드, 스위스와 중국의 산 정상 혹은 절벽 위에 세워진 산악호텔도 그렇게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우리는 어떤가. 산악 지역에 숙박시설을 설치할 수 없어 열악한 대피소 공간만 이용한다. 식당이나 체험시설은 엄두도 못 낸다. 산악열차나 케이블카, 곤돌라 설치도 복잡하다. 1989년 덕유산 무주리조트 케이블카 이후 26년간 국립공원 케이블카 허가가 한 건도 나지 않았다. 어쩌다 허가가 나도 문제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이용객이 반토막 난 이유는 어이없게도 ‘왕복 탑승’을 의무화한 때문이었다.

지난주 행정자치부의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됐다. 이런 지적은 이미 지난해에도 나왔던 것이다. 10개 부처에서 20개 이상의 법률로 산지관광을 규제하는 상황에서 ‘덩어리 규제’를 일괄 해소할 특별법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똑같다. 우리 국토의 64%가 산이니, 면적으로 스위스의 5배다. 접근성도 좋다. 비행기로 두 시간 이내에 인구 100만 이상 도시가 41개나 있다. 서울에서 춘천까지 기차로 한 시간이면 간다. 산림도로도 총연장 1만8384㎞로 촘촘하게 나 있다.

무분별한 개발을 마구 허용하자는 게 아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책상머리 규정’만 풀어도 18만명의 고용 창출과 239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생긴다고 한다. 어디서나 근본주의가 문제다. 한국에선 환경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