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있는 선병원은 의료업계에선 ‘한류스타’로 통한다. 지난 4년간 이곳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만2000명이 넘는다. 2011년 854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5431명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외국인 환자 증가율은 536%에 이른다.

선병원은 국내외 병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지금까지 이곳을 탐방하고 돌아간 국내 종합병원만 100곳에 이른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내로라하는 종합병원들도 ‘자존심’을 내려놓고 선병원의 장점을 배우기 위해 찾고 있다.
대전 선병원의 '서비스 혁신', 세계적 호텔·공항서 배웠다
작년 한 해에만 일본·중국·러시아·베트남·태국·인도 등 해외 20여개국 의료기관들이 병원 경영을 배우러 왔다. 선병원은 넘치는 방문객들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받자 방문 가능한 날을 월 1회, 마지막주 금요일로 제한하기도 했다.

선병원은 대전시내와 유성에 흩어져 있는 병상을 모두 합쳐야 900개 정도다. 규모로 보면 평범한 지방 종합병원이지만 각종 지표로 보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작년 말 기준으로 하루 외래 환자 수는 3500명 선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를 계기로 본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4년 전과 비교하면 34.6% 증가한 것이다.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들에 비해 지리적으로 불리한 지방 병원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선승훈 의료원장은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매뉴얼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선병원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최고급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는 일이다. 선 원장은 “1년에 지구 네 바퀴 반을 돌면서 세계 각국의 혁신 사례를 모아 온다”고 했다. 그는 매년 한두 차례 직원 15~20명을 해외에 내보낸다. 그의 주문은 단 하나,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최고급 서비스를 즐겨라”.

혁신은 곳곳에서 이뤄졌다. 간호사들은 환자의 정보를 일일이 수첩에 적고 이를 전산으로 관리해 호평을 받고 있다. 4년 전 선 원장과 직원 20여명이 방문한 싱가포르 6성급 호텔인 카펠라호텔의 서비스에서 가져온 아이디어다. 상담직원들의 ‘발딱 응대’는 태국 방콕의 사미티벳 병원 간호사들이 의자에 앉아 있는 환자 가족 등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는 것에서 배워왔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국제공항 등도 ‘배움터’였다. 병원을 리모델링할 때 이용객 편의를 극대화한 국제공항의 동선을 적용했다.

선병원은 지난달 중환자실을 5성급 호텔형으로 새로 꾸몄다.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사무공간을 ‘펜타곤형’으로 정중앙에 배치, 환자들의 요구사항과 행동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바꿨다. 별도 비용 없이 보호자가 환자 곁에서 머물 수 있도록 개별 침대와 욕실도 마련했다. 이규은 경영총괄원장은 “호텔의 장점을 접목한 중환자실을 갖추기 위해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등 국내 특급호텔은 물론 일본 벳푸 세이카이호텔, 홍콩 랑선플레이스 등 아시아 주요 호텔을 거의 빠짐없이 훑었다”고 전했다.

혁신적인 서비스는 의료시스템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동유럽 벨라루스에서 국내 종합병원으로는 처음으로 현지 합작병원 운영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등지의 세계적인 병원과 공개경쟁한 끝에 일궈낸 성과다. 이 원장은 “앞으로 병원은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을 넘어 심신의 휴식뿐 아니라 감성까지 어루만지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