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농·축협, 수협, 산립조합의 조합장을 한꺼번에 뽑은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180여명의 당선인이 금품 제공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선거사범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불법 행위를 단속한 결과, 929명을 검거해 이 중 13명을 구속하고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나머지 46명은 불기소 또는 내사 종결했고, 829명에 대해서는 내사 또는 수사 중이다. 구속자 13명은 모두 금품·향응 제공 혐의를 받고 있다. 선거운동과 지지를 부탁하며 돈을 주거나 단순히 조합원에게 식대나 돈을 건넸다.

수사 대상엔 당선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당선자 1326명 중 181명(13.6%)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당선자 177명 가운데 34명, 충북 15명, 광주·전남 12명, 강원 12명 등이다.

검거된 929명의 불법 행위 유형은 금품·향응 제공이 519명(56%)으로 절반을 넘었고 사전 선거운동 207명(22%), 허위사실 공표 111명(12%), 불법 선거개입 19명(2%)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선거사범 중 금품·향응 제공자 비율이 2012년 국회의원 선거 21%, 지난해 동시 지방선거가 22%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합장 선거는 ‘돈 선거’였다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청은 후보자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 엄격한 조합장 선거운동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조합장보다 인지도가 낮은 다른 후보자들이 불리한 여건을 만회하기 위해 돈 선거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번 선거에선 전국적으로 절반에 가까운 조합장이 물갈이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이번에 당선된 현직 조합장은 총 714명(53.8%)이다. 나머지 46.2%의 조합장은 새 인물로 물갈이된 셈이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