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테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은 6일 피의자 김기종 씨(55)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배후세력의 존재 여부와 범행동기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밤 살인미수와 외교사절 폭행,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이 김씨를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이승규 판사는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에 대해 충분한 소명이 있다”고 발부 배경을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4시50분부터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팀, 보안수사팀 등 수사관 25명을 투입해 김씨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자택과 김씨가 대표로 있는 우리마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김씨의 휴대폰 통화내역 및 문자 송수신 내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받아 분석에 들어갔다.

경찰은 ‘단독범행’이라는 김씨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 공범이나 배후세력이 가담했는지 면밀히 수사할 방침이다. 김씨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김씨가 1999년부터 7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고, 2011년 서울 대한문 앞에 김정일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시도하는 등 행적이 석연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윤명성 종로경찰서장은 “김씨 집에서 압수한 서적 중 일부 이적성이 의심스러운 서적을 발견했다”며 “김씨의 여러 행적, 활동 상황, 압수수색 결과물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지난 5일 범행 현장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로 가져온 유인물에도 “남북 대화를 가로막는 전쟁훈련을 중단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시켜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이 같은 김씨의 주장이 평소 북한의 주장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주한 미국인에 대한 추가적인 테러가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 대사관과 대사관저의 경비인력을 두 배로 늘리고, 주한 미국상공회의소를 비롯해 기존에 경비가 없던 시설에도 새롭게 경비인력을 배치했다.

검찰도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팀장 이상호 2차장검사)을 꾸렸다. 특별수사팀은 대공·테러 전담인 공안1부를 비롯해 공공형사수사부·강력부·첨단범죄수사부의 수사 인력 30여명으로 구성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백주 대낮에 미국 대사가 테러를 당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과연 (김씨가) 어떤 목적에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단독으로 했는지 배후가 있는지 등 모든 일을 철저히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형주/정소람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