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법복 벗은 서울중앙지검장들, 3분의 1이 대형로펌행
박성재 대구고등검찰청장이 11일부로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에 임명되면서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합류했다. 하지만 검찰 내 ‘넘버2’로 통하는 서울중앙지검장도 이후 진로가 다양했다.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가 처음 임명한 33대 송종의 지검장부터 이번 인사에서 대검찰청 차장으로 이동한 56대 김수남 지검장까지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24명을 한국경제신문이 10일 전수조사한 결과 검찰총장까지 승진한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 법복을 벗고 대형 로펌(법무법인)으로 옮긴 사람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재임기간 평균 10.8개월

검찰총장까지 오른 사람은 박순용·김각영·임채진·한상대 씨다. 이들은 한 전 총장을 제외하곤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 검찰 요직 출신이거나 지검장 이후 대검 차장, 법무부 차관 등을 지내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결국 검찰의 수장 자리를 꿰찬 경우다. 천성관 씨는 검찰총장으로 내정됐다가 각종 의혹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고려대 법대를 나온 박 신임 지검장은 검찰 내 ‘꽃보직’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는 점에서 한 전 총장을 닮았다는 평가다.

이들 이외 지검장의 검찰 내 최종 직위는 법무연수원장이 4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검장(4명), 대검 차장(3명)과 대검 부장(2명) 등이었다. 김종구 씨와 송종의 씨, 이종백 씨가 각각 법무부 장관과 법제처장, 국가청렴위원장까지 올랐고, 이범관 씨는 국회의원에 유일하게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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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명의 재임기간은 평균 10.8개월이었다. 절반은 1년을 넘겼고, 나머지 절반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 논란(조영곤 씨) 등의 사유로 단명으로 중도 하차했다. 1년8개월을 지낸 이종백 씨가 최장수를 기록했고, 3개월도 못 채우고 물러난 김진환 씨가 최단기록 보유자다. 김 전 지검장은 2002년 서울지검에서 조사받던 피의자 사망 사건에 지휘감독 책임을 지고 최근 청와대 민정특보로 임명된 이명재 검찰총장 및 김정길 법무부 장관과 동반 사퇴했다.

지검장들의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가 5명, 연세대·성균관대가 1명씩이었다. 대전고 출신이 5명이었고 경기고(4명), 경북고(3명), 부산고(3명)가 뒤를 이었다.

◆대형로펌·기업·로스쿨이 ‘러브콜’

2000년대 중반 이후 지검장들은 물러난 뒤 대부분 로펌으로 들어갔다. 검찰총장까지 지낸 임채진·한상대 씨와 최교일 씨는 예외적으로 단독 개업을 택했다. 이종백·천성관 씨가 김앤장에서 둥지를 틀었고 안영욱·노환균 씨가 태평양에, 유창종·명동성 씨는 세종에 영입됐다. 조영곤 씨는 현재 화우에서 대표를 맡고 있으며 서영제 씨는 리인터내셔널특허법률사무소에 들어갔다가 충남대 로스쿨 원장을 맡기도 했다. 기업들도 서울중앙지검장 경력을 선호했다. 최교일 씨는 작년에 10개월 동안 한국전력공사 사외이사로 일했다. 김각영 씨는 하나증권 사외이사를 지낸 데 이어 2010년에는 하나금융그룹 이사회 의장으로 뽑혔다. 안강민 씨와 김진환 씨도 각각 두산인프라코어와 GS홀딩스에서 사외이사로 일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