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조합에서 일한 옛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자신들의 실명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언론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김예영 판사는 12일 법원노동조합과 이 조합 상근자였던 홍모씨 등 3명이 문화일보와 소속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문화일보 측은 연대해 1천4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김 판사는 "홍씨 등은 법원노조의 조합원이 아니라 상근 직원에 불과해 공적인 존재가 아니며 조합에서 의사결정 권한이 있거나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며 "이들의 정당 활동이 공공성이나 공익성이 있는 정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보도가 나올 당시는 이석기 전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기소되고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앞두고 있어 원고들이 이념 공세나 사회적인 낙인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며 "원고들의 정당 가입 사실을 인터넷에 실명으로 공개한 것은 개인의 내밀한 가치관과 신념이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아울러 "법원노조에서 통진당원들이 간부로 활동한다는 내용이나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북한을 추종하는 글이 게시돼 있는데도 노조가 방치한다는 듯한 내용의 기사는 법원노조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끌어내려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당시 다른 매체들의 경우 해당 내용이 담긴 정치권의 보도자료를 기사화하면서 해당 인사들이 법원 직원이 아니라는 법원행정처의 해명을 실어준 반면, 문화일보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일보는 2013년 10월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이 낸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게재한 '법원노조 간부 2명이 통진당원…한총련 출신 인사도 포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통진당원과 한총련 출신 인사 3명이 법원노조에서 간부로 일하고 있으며, 법원 노조 홈페이지에는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선전글이 게시돼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