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 엇갈린 주장 속 실체 접근 열쇠 될 듯

이른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의 실체와 이를 다룬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검찰이 각 사건 시점별 관련자들의 위치정보 확보에 나섰다.

사건의 핵심인물들 간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린 상황에서 당사자들의 위치정보는 통화기록과 함께 수사의 성패를 가를 가장 유력한 물증이어서 검찰의 분석 결과가 주목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주요 사건 관련자들의 지난 1년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통화 당시 송수신자 위치정보에 대한 확보 작업에 나선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대상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의 핵심인물인 정윤회씨와 '3인방'으로 일컬어지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청와대 비서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 주요 관련자들이다.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서는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 등이 대상에 포함된다.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 전화기의 통화기록과 송수신 위치정보도 입수 대상이다.

검찰은 대상자별로 자료 확보 방안을 세워 놨다.

정윤회씨는 변호인을 통해 자발적으로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제출하기로 했다.

위치정보의 경우, 강제집행 절차를 통해 통신회사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을 방침이다.

현직 청와대 비서관들도 수사 협조 의사를 밝힌 만큼 비슷한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 등의 통화기록과 송수신 위치정보는 통신회사로부터 확보할 계획이다.

검찰이 위치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범위는 지난 1년간이다.

이 기간 안에 관련자들간의 접촉 및 회동 여부, 긴밀도 등을 파악하는 데 최적의 근거 자료가 된다.

비선실세 의혹 규명은 결국 사건 관련자들간의 관계가 실제로 어땠는지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통신 및 위치 정보 분석 결과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비선실세 의혹을 다룬 청와대 문건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정씨가 청와대 현직 비서관들과 작년 10월부터 매월 2차례씩 서울 강남의 중식당에서 만났다는 것인데, 이런 내용의 진위도 가릴 수 있는 중요 판단자료가 된다.

문건 내용이 맞다면 통화기록과 위치정보에 정황이 남는다.

특정 시점에 비슷한 위치에서 사건 관련자들의 전화 송수신이 겹치는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검찰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규명하는 데도 통신 및 위치 정보를 긴요한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 경정 및 주변 인물의 행적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문건 작성 시점으로 알려진 지난 1월을 전후해 박 경정이 접촉한 인물 등을 따져 보면 문건이 어떤 정보를 토대로 작성됐는지도 추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위치 정보 외의 다른 물증을 확보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청와대 안의 폐쇄회로(CC)TV 기록이나 박 경정의 문건 출력기록 등은 청와대로부터 제공받을 계획이다.

지난 3일 박 경정의 자택과 근무지 등을 압수수색해 나온 증거물들에 대한 분석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처럼 검찰이 '물증 수사'에 주력하는 것은 사건 관련자들을 직접 소환조사한다고 해도 진술이 복잡하게 엇갈려 실체 파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말로는 그럴 듯하지만 사실무근인 주장들을 발 빠르게 걷어내는 데에는 객관적 자료가 지름길 역할을 해 준다.

검찰이 목표로 한 '신속한 사건 규명'을 위해서도 이같은 물증 확보는 중요한 수사 절차일 수밖에 없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