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암초 만난 교육예산] 교육청 내년 명퇴예산만 1조1300억…'누리과정' 20개월치 해당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무상복지 재원부담 문제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 공무원들의 대규모 명예퇴직 예산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17개 시·도 교육청이 내년도 명예퇴직 예산으로 책정한 1조1316억원은 올해 서울교육청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및 교육) 예산의 20개월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렇게 많은 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교육재정은 더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9000명 무더기 ‘명퇴’

명예퇴직 예산이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높게 책정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선 교육 당국이 몇 년 전부터 장년층 교원들의 명퇴를 권장하고 있다. 근속 연수 20년 이상의 교원이 명퇴하고 그 자리에 신규 교사를 채용할 경우 1인당 연간 2700만원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명퇴를 신청한 교사 상당수는 마음이 (학교에서) 떠난 사람이라 더 이상 붙잡고 있는 것이 학교와 학생 모두에 좋지 않다”며 “돈만 있으면 빨리 내보내고 젊은 교원을 채용하는 게 재정적으로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암초 만난 교육예산] 교육청 내년 명퇴예산만 1조1300억…'누리과정' 20개월치 해당
이 같은 여건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바람이 불면서 올해보다 서너 배 이상 많은 교사가 명퇴 신청을 준비하자 관련 예산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시행하기 전에 퇴직을 서둘러 명퇴수당 및 연금수령액을 현재 기준으로 해놓겠다는 명퇴 희망자들의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지방교육청의 설명이다. 통상 정년 1~2년을 앞둔 교사의 경우 명예퇴직 수당을 일시금으로 1500만~2000만원 받는다.

올해보다 명퇴 예산을 1901억원이나 늘린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지금 책정한 내년 예산으로도 명퇴 신청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3600명 넘게 명퇴 신청을 받았지만 돈이 없어 554명만 퇴직 처리했다. 서울시를 포함해 17개 시·도 교육청이 책정한 내년 명퇴 예산으로는 9000명 정도의 명퇴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신청자는 2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선 교육청의 설명이다.

◆지방채 발행 ‘눈덩이’

이처럼 명퇴 예산이 급증하면서 시·도 교육청의 재정난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서울시의 경우 누리과정 예산을 3개월치밖에 편성하지 못했다. 반면 내년 명퇴 예산 2562억원은 누리과정 4.7개월치를 추가로 편성할 수 있는 규모다. 전북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년에 누리과정을 아예 편성하지 않았지만 내년에 명퇴비용 545억원을 책정했다. 누리과정 5개월치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울산교육청과 경남교육청도 긴축재정을 한다며 내년 전체 예산을 올해보다 각각 2.1%, 1.6% 줄였지만 명퇴비용은 122억원, 141억원씩 늘렸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명퇴비용을 포함한 전체 인건비가 급증(올해 대비 7.3%)한 것도 큰 부담이다. 광주교육청과 강원교육청은 전체 예산 증가율이 각각 0.8%, 0.2%로 제자리 수준을 유지한 반면 인건비 증가율은 각각 8.4%, 7.9%에 이른다. 인건비는 지방 교육청 전체 예산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교육청과 경기교육청이 인건비 충당 명목으로 지방채를 각각 6375억원, 1조2092억원 추가로 발행하는 등 내년 지방교육청의 전체 지방채 규모는 9조7000여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상복지 시작 전인 2008년 3600억원에 비해 26배 이상 늘어나는 규모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