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부사장·코리아나 사장 출신 사진작가 박찬원 씨, "염전은 삶과 죽음 담긴 곳…3년간 96번 찾았죠"
“사진을 찍으면서부터 골프가 재미 없어지더군요.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싶어 상명대 예술디자인대학원에 입학해 정식으로 사진을 배웠습니다. 제가 올해 일흔이니 앞으로 15년은 현역 사진작가로 살고 싶네요.”

오는 7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덱스갤러리에서 첫 개인 사진전 ‘소금밭’을 여는 박찬원 씨(사진).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의 명함에는 국내 유수 기업의 직함이 새겨져 있었다. 1971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그는 삼성전자 서비스 대표, 성균관대 재단 상임이사(삼성그룹 부사장)를 거쳐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코리아나화장품 사장을 지냈다.

“사진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7년 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들은 사진 강좌였어요. 무릎 관절염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사진을 찍을 때는 아픈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몰입했죠. 창작의 기쁨 때문일까요. 수업 시간에 사진을 두고 토론하는 게 그렇게 신이 날 수 없었습니다.”

예순이 넘어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일이 녹록지는 않았다. “교문만 들어서면 모두 저에게 인사를 하지 뭐예요. 젊은 친구들과의 실력 차를 극복하기 위해 상명대 천안캠퍼스에 가서 학부 수업 청강을 했어요. 가장 먼저 강의실에 도착한 것은 기본이고, 손 들고 발표도 했답니다.”

지난 3년간 준비한 그의 첫 전시에는 외가댁이 있던 대부도 염전 풍경이 담겼다. 기억에 남는 일도 많다. “지금껏 대부도에 96번 가서 2만여장의 사진을 찍었어요. 하루 종일 소금밭에 엎드려 사진을 찍었는데, 한 할아버지가 ‘이렇게 나와 일하면 얼마 버느냐’고 안쓰러워하더군요. 일하는 분들 마음 얻으려고 술과 간식을 싸들고 가고, 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도 했죠.”

그는 소금밭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염전 안에는 삶과 죽음이 모두 담겨 있더라고요. 바닷물이 노구(老軀)를 끌고 찾아와 햇빛에 몸을 맡기면 육신은 소금으로 남아 생명의 물질이 되고, 영혼은 수증기가 돼 다른 세상으로 날아갑니다. 죽음과 탄생이 공존하는 공간이죠.”

그는 작가로서 성공하고 싶다고 했다. “삼성에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의 시가총액이 500억원밖에 안됐는데, 지금은 300조원이 넘습니다. 우리 세대가 한국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죠. 우리 세대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는 ‘잘 늙는 것’인데, 제가 성공한다면 다른 은퇴자들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