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원대 허위세금계산서 발행자에 '일당 600만원' 노역형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하루 5억원 '황제노역' 논란으로 법이 개정됐음에도 하루 노역의 대가를 600만원으로 환산한 판결이 나와 '부자 노역'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는 24일 충남 서산에서 비철·고철 도매업체 2곳을 운영하면서 2010년 4월부터 3년 동안 130여차례에 걸쳐 총 627여억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특가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A(50)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63억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허위 세금계산서와 거짓 기재해 제출한 세금계산서의 합계액이 600억원을 넘어 죄질이 매우 무겁고 범행 대가로 조세포탈액의 1%인 6억2천만원을 취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여기에 법원은 만약 A씨가 벌금을 내지 않으면 60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에 A씨를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다.

즉 A씨가 2년 10개월 16일(1천50일)간 노역을 선택한다면 벌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만약에 노역을 희망할 경우 A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이와 별도로 2년 10개월 16일(1천50일)간 노역을 추가로 해야한다.

하지만 이는 형사사범의 벌금형 노역 일당을 5만∼10만원으로 환산하는 것에 비하면 적게는 60배에서 많게는 120배에 달하는 큰 액수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황제노역' 논란 후 지난 5월 신설된 형법 제70조 (노역장 유치)에 따른 것이다.

이 조항은 '벌금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인 경우 1000일 이상의 유치 기간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69조(벌금과 과료) 2항은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1일 이상 3년 이하의 노역'에 처하도록 했다.

이는 노역 유치를 3년 내에서 재판부가 정할 수 있는 규정을 '일당 5억원 황제노역' 논란 이후 노역 일수를 늘리고 세분화한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노역 일당이 많기는 하지만, 최장 1000일 이상의 유치 기간을 정한 개정 형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반 형사사범에 비해 100여 배에 가까운 일당 노역은 여전히 보통사람들의 생각과는 여전히 동떨어지는 만큼 일당 액수를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주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k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