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까지 '진영싸움'] 지자체장-의회-교육감 '同色' 아니면 극한대립…지방행정 '死色'
민선 6기 지방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여 만에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광역단체장과 시·도 의회, 교육감들이 지역 주민을 위한 행정서비스는 등한시한 채 정치 싸움에만 매달리면서 지방행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6·4 지방선거 직후 한목소리로 외쳤던 상생 정치는 결국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염불에 그친 연정 선언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 중 단체장, 지방의회 다수당, 교육감에 정당 및 성향이 비슷한 후보들이 당선된 지역은 서울을 비롯해 대구, 광주, 울산, 세종, 전남, 전북, 경북 등 8곳이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충청 지역의 경우 단체장과 지방의회 다수당의 소속 정당 및 교육감과의 성향이 모두 다르다. 이렇다 보니 각종 사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당선 직후 상생정치를 하겠다며 연정을 제안했지만 최근 도의회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사회통합부지사 추천을 거부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도 집행부와 새정치연합의 갈등은 최근 무상급식 조례 제정을 놓고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당초 여야 정책협의회는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규칙을 만들기로 합의했지만 새정치연합이 최근 상위 법령인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경기도 측은 “조례 제정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연정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부지사 등 주요 간부 40여명을 임명조차 못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당초 도의회 야당인 새정치연합에 연정을 제안하면서 제주행정시장 추천을 제안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자리 나눠 먹기로 비쳐질 수 있다고 거절하면서 연정은 사실상 실패했다.

단체장과 지방의회 간 힘겨루기로 지역개발 사업 추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경제자유구역 청주 에어로폴리스 사업이 대표적이다. 에어로폴리스는 청주공항 인근 47만3713㎡의 부지에 MRO(항공기정비) 단지와 물류시설 및 사무공간이 들어서는 항공전용 산업단지 조성사업이다. 충북도는 올 하반기부터 이곳을 본격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충북도의회는 부지 조성에 앞서 기업을 먼저 유치해야 한다며 부지 조성비 53억원을 삭감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뒷전으로 밀린 지방행정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성향이 다른 단체장 및 지방의회와 갈등을 빚는 곳도 적지 않다. 대전시와 시교육청은 무상급식 예산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내년도 무상급식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새정치연합 소속인 권선택 대전시장은 “교육청은 정부가 지원한 국고지원분을 전액 무상급식비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수 성향인 설동호 교육감은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로 인한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와중에 무상급식에만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인천시의 경우 중학교 대상 무상급식 확대를 놓고 교육청과 시 집행부가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충남도의회는 진보 출신 김지철 교육감이 내놓은 천안시 고교평준화 및 인권조례 제정 등의 핵심 공약 사업 예산을 최근 전액 삭감해 논란을 빚고 있다.

지자체의 이런 갈등은 내년도 예산을 확정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더욱 불거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단체장과 지방의회 및 교육감들이 정치 싸움에만 매달리면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졸속 심사가 이뤄질 것이란 지적이 많다. 실제로 경기도의 경우 사회통합부지사 등의 내용을 담은 조직개편안이 이달 안에 통과되지 못할 경우 고위직 간부 인사가 전면 중단돼 행정 공백이 불가피하다. 무상급식을 놓고 지방의회와 교육감 간 갈등이 계속되면 지난해 서울교육청처럼 준(準)예산 편성 사태가 재발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강경민/수원=김인완/대전=임호범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