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망우동 동원초교에서 열린 ‘실버 정보화 교육’에 참가한 노인들이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18일 서울 망우동 동원초교에서 열린 ‘실버 정보화 교육’에 참가한 노인들이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직장인 두 명 중 한 명(53%)은 노후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는 47%의 직장인 중 60%는 국민연금 외에 다른 대책이 없었다.

퇴직금 전부 또는 일부를 미리 받아 쓴 직장인도 60%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직장인 20% 정도만 개인연금 등을 통해 노후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최근 전국 직장인 29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미흡한 노후준비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정년 퇴직 후에도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직장인 65%는 “현재 직장 퇴직 후 계획이 없다”(지난해 한국기술교육대 조사)고 답했다. 100세 시대에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방증이다. 일자리가 노인 복지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한국 고령화 속도 세계 최고

낮은 출산율에 평균수명이 늘면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613만명(12.2%)이던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800만명(15.7%)을 넘어 2030년 1270만명(24.3%), 2050년에는 1800만명으로 한국 전체 인구의 37%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뒤 2017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은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가 되는 데 36년이 걸렸고, 미국은 10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일 때 고령사회,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고령화는 곧 노동력 감소와 성장률 둔화로 이어진다. 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 3704만명을 정점으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대량 퇴직하는 2017년부터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2010년 기준 생산가능인구 6.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던 데 비해 2030년에는 2.6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활동 위축, 경제성장 둔화, 국민생활기반 약화라는 악순환과 함께 기초연금 수요도 폭증, 정부 재정난 심화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수영 고용부 고령사회인력심의관은 “45.7%에 달하는 노인빈곤율(OECD 평균은 12.7%)과 10만명당 83명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자살률도 심각한 문제”라며 “장년 고용을 늘려 80세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국민들의 인식을 100세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망우동 동원초교에서 열린 ‘실버 정보화 교육’에 참가한 노인들이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18일 서울 망우동 동원초교에서 열린 ‘실버 정보화 교육’에 참가한 노인들이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아버지가 아들 일자리 뺏는다?

정년 연장과 장년 고용 확대를 놓고 청년 고용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이는 기본 전제가 잘못된 ‘고용총량의 오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용총량의 오류란 한 국가경제의 일자리 수가 한정돼 있다는 전제 아래 장년 고용이 증가하면 청년 고용이 감소한다는 주장인데, 이는 일자리 총 수는 임금수준·생산성 등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속성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5년 ‘신일자리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조기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청년고용 확대 정책이 오히려 청년실업을 확대시켰다’며 청·장년 두 세대의 고용정책을 같이 가져갈 것을 권고했고, 이후 국내외 연구에서도 청년고용과 장년고용의 추이는 비슷한 등락 패턴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청년 고용과 장년 고용은 대체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점진적으로 늘고 있는 장년 고용률에 비해 청년 고용률이 떨어지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다 높은 대학(원) 진학률에 따른 노동시장 진입 지연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임금체계 개편 서둘러야

한국노동연구원의 ‘임금 연공성 국제비교’(2011)에 따르면 국내 30년 근속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초임에 비해 3.3배 많았다. 초임으로 월 100만원을 받았다면 30년이 지나 330만원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독일의 임금 격차는 1.97배, 프랑스는 1.34배였다.

연공급(호봉제)이 대부분인 국내 기업의 특성상 연공급 임금체계가 기업들의 희망퇴직 등을 유도하면서 결국 장년 고용을 막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심의관은 “2016년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지만 현재 체감정년은 53세에 머무르는 등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있다”며 “임금체계를 그대로 둘 경우 체감정년 연장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삼성 SK텔레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임금피크제와 함께 장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살펴보면 연령이 높을수록 전일제 근무보다는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비중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1년부터 간호사·연구 인력을 시간선택제로 채용하고 있는 서울 강서미즈메디병원의 이재욱 인사부장은 “주로 경력 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근로자나 사용자 모두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특히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도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