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마저 오지 않습니다. 장애라는 아픔에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해왔더니 결국 보상을 받네요.”

안전행정부는 사이버국가고시센터(www.gosi.go.kr)를 통해 25일 ‘2014년 중증장애인 경력경쟁채용시험 최종합격자’ 29명을 공개한다. 6급 1명, 7급 3명, 8급 2명, 9급 21명, 전문경력관 1명, 연구사 1명으로 남성 19명에 여성 10명이다. 연령별로는 20대 7명(24%), 30대 13명(45%), 40대 이상 9명(31%)이다.

이들은 혈액 투석이 필요한 신장장애나 하반신 마비 등 중증장애를 이겨내고 공직에 입문하게 됐다.

혈액투석 40代·하반신 마비 30代, 공직 문 열었다
정기적으로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신장장애 2급의 한창훈 씨(41)는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업직 8급(식품검역)에 합격했다. 그는 전남 무안군청에서 4년간 일용직을 하는 틈틈이 식물성장과 병해충 등을 공부하고, 조경기능사와 산림기술사 자격증도 땄다. 한씨는 “준비한 사람만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도 지원에 의지하지 말고 도전 정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행부는 한씨의 전문성을 감안해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역사무소에 배치할 계획이다.

혈액투석 40代·하반신 마비 30代, 공직 문 열었다
안행부의 공업직 7급(일반기계 시설관리)에 합격한 신인교 씨(36)는 하반신 마비를 가져온 산업재해를 극복하고 공무원이 된다. 국내 한 자동차연구소에서 시운전 업무를 담당했던 신씨는 서른 살 되던 해에 사고를 당했다. 네 차례나 대수술을 했지만 하반신 신경을 살리는 데는 실패했다. 신씨는 “장애를 갖고도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용기를 내서 응시했다”며 “대학 전공(기계공학)과 군복무 경험(정비장교)을 살려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공직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기계 관련 교육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정부는 고용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쁜 중증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부터 매년 중증장애인 경력경쟁채용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작년까지 120여명을 뽑아 각 부처에 배치했다. 선발인원은 2008년 18명에서 2011년 25명, 올해 29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는 330명이 지원해 1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번 합격자들은 오는 9월22일부터 3주간 공직적응 기본교육을 받은 뒤 소속 부처에 정식 임용된다.

김승호 안행부 인사실장은 “업무 전문성과 재능이 두드러짐에도 불구하고 장애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인재들이 많이 선발됐다”며 “중증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발굴해 선발 인원을 확대하고 근로지원인력을 제공하는 등 장애인 공직자들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정책적인 지원도 계속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박기호 선임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