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중재센터 내부 모습.
서울국제중재센터 내부 모습.
국내 법률시장에서 국제중재 분야를 이끌어가는 변호사 ‘4인방’이 있다. 바로 김갑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52·사법연수원 17기), 김범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51·17기), 윤병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52·16기), 임성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48·18기·이상 가나다 순)다. 이들의 역할로 한국 법조계의 국제중재 사건 대응 역량이 크게 높아졌다는 게 법조인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들 4인방은 개인적인 인연도 깊다. 특히 김갑유 변호사와 윤 변호사는 30년이 넘는 기간 ‘선의의 경쟁’을 해온 죽마고우다. 대구 명문 능인고를 1981년 함께 졸업해 서울대 법대에 나란히 입학(81학번)했으며 사법시험도 1984년(26회) 같이 붙었다. 김갑유 변호사가 연수원 기수에서 한 해 늦은 건 입소 전에 대학원 공부를 1년 하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능인고를 졸업할 때 김갑유 변호사는 문과 수석을, 윤 변호사는 이과 수석을 차지해 표창장도 나란히 받았고 미국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점도 같다. 김 변호사는 최근 한국인 최초로 국제상업회의소(ICC)부원장에 선임됐고 윤 변호사는 이 기관 상임위원이며 서울국제중재센터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맞수 변호사] 김갑유·김범수·윤병철·임성우…국제중재 분야 이끄는 변호사 '4인방'
김범수 변호사는 경기고를 1982년 졸업했으며 이들 두 변호사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82학번)다. 김범수 변호사와 연수원 동기인 김갑유 변호사는 “김범수 변호사는 성적이 우수하고 성격도 활발해 주변 사람들이 잘 따랐다”며 “나와도 자주 어울려 다녔다”고 회상했다. 임 변호사는 고향이 대구(경북고 1983년 졸업)여서 윤 변호사 등과 동향인 데다 서울대 법대(83학번) 동문이다.10여년 전 윤 변호사(당시 서울남부지법 판사)와 함께 스터디 그룹을 한 적도 있다. 김범수 변호사는 미국 휴스턴대 로스쿨을, 임성우 변호사는 코넬대 로스쿨을 나왔다.

이들은 각자 소속 로펌에서 국제중재팀(또는 국제분쟁팀)을 이끌어가는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굵직굵직한 국제중재 사건에서 양쪽 당사자 대리인으로 자주 부딪친다.

예를 들어 43억달러(약 4조5000억원)가 걸려 있는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투자자·국가 소송(ISD)에서 김갑유 변호사는 한국 정부를, 김범수 변호사는 론스타를 대리하고 있다.

윤 변호사와 임 변호사는 ‘LSF-KDIC 투자회사’가 예금보험공사 자회사인 KRNC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걸어 이긴 뒤 한국 법원에 “미화 3369만달러와 한화 21억원을 지급하라”며 집행을 구한 사건에서 각각 원고와 피고를 대리하고 있다. 이 밖에 2009년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놓고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가 맞붙었던 사건 등 이들이 ‘진검 승부’를 벌인 사건은 수도 없이 많다.

양 당사자의 편에서 사건을 대리하며 서로를 공격하다보면 때로 섭섭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임 변호사는 “바깥에 나와서는 섭섭했던 기억을 털어버리는 게 프로의 정신이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한국 사회와 법조계 전체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다들 자부심과 동료의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