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을 보고 만화가의 꿈을 키웠죠.”

학원액션물 웹툰 ‘쎈놈’으로 2008년 화려하게 등단한 이후 같은 장르의 웹툰 만화 ‘갓 오브 하이스쿨’(이하 갓오하)로 고교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박용제 웹툰 작가. 올해로 등단 7년째를 맞은 박용제 작가로부터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한 길을 들어보았다.



Q.웹툰 작가가 원래 꿈이었나?

어릴 적부터 만화를 좋아했다. 만화 보는 것도 좋아했고, 그리는 것에도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 드래곤볼을 처음 보고 충격을 받았다. 국내 만화 스타일과는 다른 점이 많았고 어린 눈에도 좋아보였다. 그때부터 만화에 푹 빠져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Q.등단은 언제인가?

2008년에 네이버 ‘도전 만화가’ 코너에 ‘쎈놈’이라는 작품으로 등단했다. 올해로 7년째다.



Q.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어릴 적 봤던 드래곤볼을 가장 좋아한다. 국내 작품으로는 용비불패, 브레이커, 배리타스, 소마신화전기, 타짜, 공포의 외인구단, 짱, 진짜사나이,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등을 좋아한다.



Q.데뷔작 ‘쎈놈’이나 현재 연재하고 있는 ‘갓오하’ 모두 학원 액션물인데, 이 장르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만화가를 꿈꾸면서부터 학원물을 그리고 싶었다. 또 등단할 당시 포털 웹툰 중에 학원 액션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틈새를 공략했다. ‘센놈’이나 ‘갓오하’는 시나리오보다 그림이 더 부각되는 작품이라 아무래도 독자들이 시원하고 디테일한 그림에 재미를 많이 느끼는 것 같다.



Q.학창시절은 어떤 학생이었나?

학창시절에는 그냥 반에서 존재감 없는 학생이었다.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 였고 당시 인기 있었던 학원 액션물인 ‘짱’, ‘진짜사나이’ 만화에 푹 빠져있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학교 내 싸움을 잘하는 친구들을 캐릭터 삼아 시나리오 쓰는 걸 좋아했다. 주먹패들과의 관계도를 마음속으로 그리고, 그 안에 스토리를 넣어보는 것이 소소한 일상의 재미였다.



Q.스토리나 그림이 잘 안 풀릴 때는 어떻게 극복하나?

무작정 작업실에 앉아 있는다고 잘 되진 않더라. 일이 안 풀릴 때는 산책도 하고, 웹서핑도 하고, 영화도 본다. 모든 것이 다 작업의 일환이다.

아이디어가 정말 안 떠오를 때는 혼자 고민하면 답이 안 나온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만화 시나리오 작가로부터 스토리에 대한 자문을 받고 있다. 다른 작품을 연재하는 웹툰 작가와 매주 일요일마다 스터디 그룹을 통해 회의도 한다. 일이 막혔을 때는 다른 이와 대화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다.



Q.보통 작가들의 성향에 따라 작업 시간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업이 주로 ‘낮’과 ‘밤’으로 나뉘는데 저는 밤에 작업을 많이 한다. 오전 7시에 취침해 오후 2시쯤 기상한다. 그리고 30분 정도 산책하면서 잠을 깬 후 오후 6~7시까지 콘티 작업을 한다. 콘티 작업은 어떻게 스토리를 풀어나갈 지, 그림을 그릴 지에 대한 구상이다.

밤에는 구상했던 아이디어를 그리는 작화작업을 한다. 보통 3시간 정도 작업을 하는데, 마감 때는 6시간을 쉬지 않고 할 때도 있다.



Q.6시간을 작업을 하면 몸에 무리는 없나?

꼼짝하지 않고 6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면 허리나 목에 무리가 온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운동을 하고 쉬려고 하는데 생각 만큼 잘 안 된다. 그래서 일부러 밖에 나가서 걷기도 하고 근처 호수공원에서 뛰기도 한다.



Q.마감이 끝나면 주로 뭘 하나?

잠을 잔다. 평소 잠이 많은 편인데 마감이 끝나면 13~14시간을 잘 때도 있다.



Q.스토리와 그림을 혼자 다 맡아서 할 때의 장점이 있다면?

혼자 스토리와 그림을 다 할 때의 가장 큰 장점은 수익이 나뉘지 않는 것이다.(웃음) 작가들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가 팀이 되는 경우는 서로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스토리와 그림이 탄탄하다. 요리, 공연 등 전문성 있는 내용을 다룰 때는 디테일한 취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스토리 작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면 작가들끼리 트러블이 생기면 연재가 중도 하차하는 경우도 있다.

‘갓오하’는 스토리보다 그림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어 혼자 하고 자문만 받는 형태다.



Q.웹툰 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당연히 만화를 좋아해야 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한데, 만화를 보는 것보다 그리는 걸 더 좋아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알아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웹툰 작가로 등단하는 방법은?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대표적으로 포털에서 운영하는 웹툰 코너에 연재하는 방법이다. 포털에서 운영하는 ‘도전 만화가’ 코너에 아마추어 작가들이 작품을 올리고 반응이 좋으면 ‘베스트 만화’ 코너에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독자들의 심사를 거친 작품은 웹툰 작가로 등단하게 된다.

두 번째는 공모전으로 등단하는 방법인데, 1년에 두 번 정도 포털사이트에서 공모전을 진행한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작가들은 등단의 기회가 주어진다.

또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를 했는데 포털의 웹툰 담당자가 만화를 보고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역전 야매 요리’(정다정 작가)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런 작품들은 연재를 해도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꾸준한 입소문으로 독자들의 인기를 유지한다.



Q.웹툰 작가의 매력은?

일단 만화나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는 것이 일이고 공부인 게 좋다.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여가생활이 머리를 식히는 시간이자 일에 대한 영감을 주는 꺼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오로지 나 자신이 생활의 기준이 된다. 작업이 안 되는 날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잘 때도 있다.



Q.만화를 그리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언제인가?

독자들의 반응이 좋을 때다. 소위 ‘먹힌다’라고 생각한 장면이나 스토리가 독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을 때다. 독자들이 남긴 댓글 중에 “무슨 말이 필요하나요! 좋아요”, “최고다”를 받았을 땐 정말 행복하고 만화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Q.반대로 힘들 때는?

많다.(웃음) 그 중 가장 힘들 때는 만화의 반응이 안 좋은데 그 이유를 모를 때다. 첫 작품인 ‘쎈놈’을 연재할 때는 전혀 방법을 몰랐다. 눈 감고 미로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르지만 스스로 정한 ‘하지 말아야 할 원칙’이 생겼다. ‘마감을 지키는 것’, ‘댓글을 안보는 것’ 등등인데, 7년 정도 하다 보니 조금의 노하우가 생기더라.(웃음)



Q.수입은 어느 정도인가?

정확히 밝히기는 조금 그렇다. 하지만 많이 번다.(웃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웹툰 작가들이 포털 연재로만 수익을 냈는데 최근에 많이 달라졌다. 초기 포털사의 웹툰은 서비스 개념이라 클릭수가 높은 작가들은 어느 정도 수입이 있고 나머지 작가들은 입에 풀칠만 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포털 연재 수익과 캐릭터를 이용한 광고 만화, 이말년 작가 등 인기 작가들의 방송, 광고 등의 대외활동이 큰 수입원이 되고 있다.



Q.최근 ‘갓오하’ 캐릭터도 피규어로 제작하는 등 웹툰 만화들을 이용한 2차 판권 계약이 활발한데.

‘갓오하’ 캐릭터를 피규어로 제작해 판매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큰 반응은 없는 것 같다.(웃음) 일본의 경우 만화산업이 워낙 발전해 한번 인기가 있으면 영화, 게임, 광고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용된다.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조금씩 영화나 게임 등에서 웹툰을 활용하는 수준이고, 점점 더 웹툰을 활용한 콘텐츠가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Q.웹툰 만화의 장점은 무엇인가?

웹툰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본만화 스타일이 인기였지만, 웹툰 시장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만화 스타일을 볼 수 있게 됐다. 강도하, 강풀 작가 등 일본만화의 영향을 받지 않은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Q.앞으로의 계획은?

‘갓오하’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현재 이 작품에만 몰두하고 싶다.



Q.‘웹툰 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아까도 말했듯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 그리고 만화를 그리는 걸 좋아하지만, 어떤 것을 그려야 할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게임하는 게 좋고, 운동하는 것이 좋다면 그것을 열심히 하면 된다. 재미있게 하는 뭔가가 결국 좋은 만화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강홍민 한경매거진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