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6일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이에 대한 반응이 크게 갈리고 있다.

경찰 수뇌부는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했으나, 국정원시국회의 등 시민단체는 '사법부의 굴욕'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검찰이 경찰의 반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실체도 없는 사안으로 사건을 만들었기 때문에 무죄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도 "이번 사건으로 서울 경찰이 뒤집어썼던 '정치경찰'의 오명이 상당 부분 해소된 판결로 생각한다"며 환영의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수사 실무 책임자였던 권은희 과장의 폭로로 촉발됐지만 실제 수사를 진행했던 수사관들은 그 어떤 외압도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며 "진실이 일정 부분 밝혀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서에서는 다른 반응을 내놓는 경찰관도 적지않다.

한 경찰관은 "조직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어처구니없는 결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이 사안이 수사 개입이 아니라면 어떤 것을 두고 수사 개입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판결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편"이라며 "권 과장 의견에 동조했던 쪽에서는 당연히 이번 판결을 비판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같은 경찰로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좀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국정원시국회의는 이날 재판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 무죄판결은 사법부의 씻을 수 없는 굴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김 전 청장의 죄를 입증할만한 명확한 사실을 앞에 두고 재판부가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고 주장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회장은 "실질적인 범죄 책임자들인 실무자들이 입을 맞춰 거짓말을 하면서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진실을 밝히려면 특검을 도입해 김 전 청장 등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만약 지난 대선 직전 부정한 댓글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발표됐다면 선거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가정해 본다"며 "잘못된 수사결과가 발표돼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국정원시국회의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권은희 과장은 판결 이후 취재진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설승은 이슬기 기자 wise@yna.co.krrock@yna.co.krs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