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 급해서 평소보다 50여분간이나 단축 운항했을까."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시 낙포동 원유2부두에서 충돌 사고를 일으킨 유조선 우이산호(16만4천t급)가 예정된 시각보다 65분이나 빨리 도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6일 여수해경에 따르면 이 유조선은 사고 당일 오전 8시 18분 대도 서방 1.5마일 해상에서 도선사 2명을 태우고 출발, 9시 20분께 원유2부두 남서방 약 2.5마일 해상에서 예인선 6척의 접안 지원을 받고 9시 35분 충돌까지 총 1시간 17분 동안 운항했다.

그런데 이 거리는 평소에 정상적인 운항을 하면 거의 2시간 10여분 걸리는 것이라는 게 GS칼텍스 측 실무자들의 전언이다.

이번 유조선은 묘박지에서 애초 예정 시각보다 15분 일찍 출발했고 평소 1시간 40분 걸리던 부두 3㎞ 앞까지 1시간 10분만에 도착해 30분을 줄였다.

이 과정에서 통상적 운항시간에서 45분을 줄였다.

3㎞ 앞에서 부두까지는 접안을 위해 예인선의 지원을 받으며 일반적으로 2∼3노트 저속으로 운항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렇듯 느릿느릿 움직이기 때문에 대개 30여분 걸려 접안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유조선은 이 구간에서도 7노트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불과 10분만에 사고 지점까지 돌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또 20분을 단축시켰다.

묘박지에서 충돌하기까지 과정에서 운항 시간을 50분간 단축하고 예정시각보다 15분 이르게 출발함으로써 입항예정시각보다 65분이 빠른 9시 35분에 부두와 충돌한 것이다.

특히 접안 당시 정상적인 궤도에서 30도 정도 왼쪽으로 선회하면서 속도를 줄이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사고의 원인이 됐다.

해경 조사 결과 이 유조선은 사고 직전인 9시 27분에 9노트, 9시 30분 8노트, 9시 32분 7.2노트, 9시 34분부터 충돌시까지 7노트 속도를 기록했다.

이처럼 접안을 시도하는 부두까지 3㎞ 구간 안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점은 이번 사고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의문으로 꼽히고 있다.

왜 23년의 경력을 지닌 베테랑 도선사는 이렇듯 이해할 수 없는 운항을 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조차 너도나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해양 전문가는 "이번 사고는 접안을 하는 과정이나 속도 등을 볼 때 베테랑 도선사가 탔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연 어떤 이유로 도선사가 일반적인 운항 시간보다 빠르게 운항을 하고 접안 과정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돌진하게 됐는지를 밝히는 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을 밝혀야 하는 해경의 과제가 됐다.

(여수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kj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