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원인은 안전속도 무시한 7노트 '과속'
해상방제 이날 완료 목표, 해안가는 1~2주 후 마무리


지난달 31일 발생한 전남 여수시 낙포동 원유2부두 원유유출 사고에 따른 유출량이 16만4천ℓ(약 164톤)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직후 알려진 유출량(800ℓ)의 205배에 달하는 데다 사고를 낸 유조선 우이산호는 안전속도를 무시하고 약 7노트의 속도로 접안을 시도해 충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인재의 증거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 유출량 80ℓ→1만ℓ→16만4천ℓ…"자고 나면 급증"

김상배 여수해경 서장은 3일 오전 10시 여수해경 2층 중회의실에서 중간 수사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충돌로 원유 이송관 등 송유관 3개가 파손돼 원유, 나프타, 유성혼합물 등 약 164㎘가량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0ℓ들이 820드럼에 해당하는 양으로 사고 초기 GS칼텍스 측이 추정한 800ℓ의 205배, 수사 초기 해경이 추정한 1만ℓ의 16배에 이른다.

해경은 30인치 납사, 36인치 원유, 18인치 유성혼합물 등 3개의 파이프에 들어 있는 기름 용량을 근거로 유출량을 추정했다.

송유관의 길이가 밸브로부터 215m에 이르는데, 파공된 부분이 밸브로부터 111m 지점이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용량을 산출해 추산했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215m 송유관 가운데 파공된 111m 부위부터 바다 쪽으로 비스듬하게 설치된 부분에는 기름이 남아 있다는 전제다.

바다 쪽으로 나가 있는 송유관 끝 부분은 봉인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해경은 앞으로 수사와 전문 검정회사의 검정을 토대로 정확한 유출량을 추정할 방침이어서 유출량 축소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서장은 "사고 선박 관계자와 도선사, GS칼텍스 등 관련 책임자의 과실에 대해 관계법령에 따라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철저한 보강수사를 통해 정확한 유출량과 관련자들의 책임을 명확히 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일 오전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 2부두에서 선박 충돌 사고로 파손된 원유관에 바닷물이 밀려들어가 기름 섞인 바닷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 2부두에서 선박 충돌 사고로 파손된 원유관에 바닷물이 밀려들어가 기름 섞인 바닷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유조선 과속 접안 "도선사 실수 가능성"

우이산호가 원유부두로 접안하던 중 안전속도를 넘어 약 7노트의 속도로 진행한 것이 충돌원인으로 확인됐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해경에 따르면 여수·광양항은 강제 도선구역으로 지정돼 입출항하는 유조선 등 대형 외항 선박은 도선사에 의해 입출항하도록 돼 있다.

유조선에는 여수항 도선사지회 소속 도선사 2명이 사고 1시간 30여분 전에 인근 섬인 대도에서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선사는 내항 진입부터 키를 잡고 부두에 접안해 제품을 하역한 뒤 안전하게 외항 기점까지 안전하게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다.

해경은 우이산호가 부두에 접근할 때에 도선사가 방향이나 속도 등을 제어했기 때문에 도선사의 실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해경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우이산호는 부두를 150여m 앞두고 갑자기 진로에서 왼쪽으로 약 30도가량 벗어나 '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유조선이 접안할 때에는 속도를 2∼3노트 이하로 줄여 정지하고 엔진을 끈 상태에서 접안선 4대가 오른쪽에서 천천히 밀어서 부두에 댄 뒤 기름을 송유관으로 보내야 한다.

그런데 사고 당시 유조선은 7노트의 속도로 돌진하다가 두 해상 잔교 사이를 지나 원유 하역배관을 지지하는 해상 구조물인 '돌핀' 6개 중 3개를 들이받고 잔교와 원유하역 배관을 부수고서야 멈춰섰다.

유조선에 타고 있던 도선사는 23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알려져 항만 전문가들조차 이번 사고에 대해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해경 수사에서도 유조선 접안 과정에서 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돌진했는지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한 도선사 등의 음주운항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 "마지막 한 방울까지"…4일째 기름 제거 '총력'

이번 사고로 발생지로부터 5해리(약 9㎞) 이내의 여수시, 경남 남해군 양식장에 유류 오염 피해가 예상된다.

해경과 여수시는 1만4천여㎡ 가량의 해안에서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인원 투입과 현장 배치, 장비 보급, 작업 요령과 안전 교육 등 종합적인 방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경은 경비정 60척 등 선박 200여척을 매일 동원해 총력 방제를 벌여 두꺼운 유층은 대부분 제거했으며 이날 중 해상 방제 완료를 목표로 현재 국지적인 엷은 기름띠 제거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또 여수시 신덕동 해안가 등 일부 지역의 방파제 등에 기름이 부분적으로 부착된 곳의 방제작업은 마무리까지 약 1∼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사고 발생 나흘째인 이날에는 여수시 공무원 200명을 비롯해 해경 기동방제팀 17명, 해양경찰교육원 신임 경찰교육생 100명, 한국해양구조협회 30명, GS칼텍스 110명, 항만청 60명, 소방서 50명, 신덕마을 주민 290여명 등 모두 900여명이 투입됐다.

여수시는 이날 안전행정부 재난대응팀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세부적인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사고선박의 보험회사, 국제유류오염보험조합 관계자들과 오염지역 현장을 확인하고 면담할 계획이다.

(여수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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