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부실 검증 조사를 하던 충북대교수의 자살 사건이 의문만 남긴 채 묻히게 됐다.

최근 문화재청의 의뢰를 받아 숭례문 복원공사에 쓰인 기둥의 나이테 분석을 한 박모(56) 교수는 지난 18일 오후 3시 15분께 충북대의 한 학과 자료실에서 선반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이틀 뒤인 20일 박 교수의 옷 안에서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수첩이 발견된 점과 인근 폐쇄회로TV(CCTV)에 박 교수 외에는 다른 사람의 출입 흔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박 교수의 자살 이유는 경찰도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애초 박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로는 숭례문 부실 조사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나이테 분석의 권위자로 알려진 박 교수는 '숭례문 종합점검단'에 속해 지난해부터 숭례문 복원 공사에 값싼 러시아산 소나무가 사용됐다는 의혹에 대한 검증 조사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박 교수는 자신이 내놓은 결과물에 따라 다른 사람이 사법 처리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평소 큰 부담을 가져왔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한 지인은 "박 교수가 워낙 신중한 사람이라 (남에게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이런 상황이 용납이 안 됐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교수가 또 다른 외압에 심적 고통을 받아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시공업체가 검증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종합점검단을 고소, 이 때문에 박 교수도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매우 힘들어했다고 보도했다.

또 "박 교수가 최근 어떤 전화를 받은 후 괴로워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증언이 나오며 협박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시공업체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된 사실은 없으며, 박 교수는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박 교수는 숭례문 수사를 하는데 '자문'을 하기 위해 두 번 경찰청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사실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협박 가능성과 관련한 박 교수의 통화내용은 유족의 요청이 없어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의문점을 남겼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타살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박 교수의 시신을 유가족에게 인계하고 검찰 지휘를 받아 사건을 종결했다"며 "유족이 정식 수사를 요청하지 않는 한 경찰 차원에서의 추가 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족 측은 경찰에 추가 수사 의뢰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