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주소로 전입신고?…잘 몰라요"
#1. 새해 들어 공공기관이 처음 문을 연 2일 오전. 서울 당산1동 주민센터 주민등록등·초본 발급창구 직원들은 “오늘부터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니 새 주소를 외워두셔야 불편함이 없습니다”라고 계속 안내했다. 창구 직원 김모씨는 “새 주소를 외워온 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민원인은 옛 지번 주소를 그대로 적어왔다”고 전했다.

#2. 대전시 둔산2동 주민센터에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으러 온 김경식 씨(45)는 창구 앞에서 “새로 바뀐 도로명 주소를 잘 모르겠다”며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에 창구 직원은 “옛 지번 주소를 쓰더라도 전환시스템이 있어 자동으로 도로명 주소로 전환된다”며 옛 주소를 불러달라고 했다.

◆혼란 없었지만…민원인 대부분 ‘몰라’

도로명 주소가 전면 시행된 이후 공공기관이 처음 문을 연 이날 전국의 구청·주민센터 등에서는 새 주소 시행에 따른 혼란은 찾기 힘들었다. 정부가 2011년 7월 도로명 주소를 공식 발표한 이후 새 주소 변환시스템이 구청 및 주민센터에 이미 갖춰져 있어 민원인의 불편은 거의 없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과 소방당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종로경찰서 강력팀 관계자는 “현장에 출동할 때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는데 새 주소든, 옛 주소든 상관이 없다”며 “새 주소 도입으로 경찰 업무에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도 “전면 시행 이전부터 옛 주소와 새 주소를 출동지령서에 함께 써 왔다”며 “소방차 내비게이션에 옛 주소를 넣더라도 자동 변환돼 우왕좌왕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구청 법원 등 공공 분야에만 새 주소가 의무 도입될 뿐 실생활에선 옛 주소를 써도 상관없다”며 “새 주소 시행으로 생기는 생활의 불편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년 넘게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인 정부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도로명 주소를 아는 국민은 찾기 힘들었다. 이날 오전 혜화동 주민센터를 방문한 30여명의 민원인 중 새 주소를 사용한 민원인은 한 명도 찾기 힘들었다고 주민센터 직원은 전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우편물의 도로명 주소 평균사용률(지번 주소 병기 포함)은 17.7%다. 도로명 주소만 적은 우편물은 9.5%였다.

전출입·사망·출생신고 사용 의무화

올해부터 도로명 주소만 공식 주소로 효력이 인정되지만 이는 공공기관에 국한된다. 전·출입, 출생·사망, 혼인·이혼 등 각종 민원 신청 때는 도로명 주소를 써야 하지만 주택 매매·전세 계약서와 개인 간 우편물 등에는 지번 주소를 사용할 수 있다. 도로명 주소 전면 시행에도 불구하고 국민 실생활에선 지번 주소가 병행 사용되는 셈이다.

종로 주민센터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전면시행이라고 해서 옛 주소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알고 있었다”며 “정부가 굳이 돈을 써가며 새 주소를 도입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도로명 주소를 찾으려면 ‘도로명 주소 안내시스템(www.juso.go.kr)’에 접속해 옛 주소를 입력하면 된다.

강경민/홍선표/대전=임호범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