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동헌·김병언 기자 dh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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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40만원씩 8년간 빚 갚은 이주한 씨
벤처거품 꺼지며 사업 부도…"새해 소망은 적금 드는 것"

“지난 8년 동안 빚을 갚고 드디어 지난 봄에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를 떼는 데 성공했습니다. 새해부터는 꾸준히 적금을 부어 가족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지난 봄 8년 만에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신분에서 벗어난 이주한 씨(47·사진)의 새해 소망은 소박했다. “한때 삶의 끈마저 놓으려던 순간을 되새기며 더욱 힘차게 살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1990년대 중반 유명 사립대를 나와 대기업에 취직한 이씨는 벤처기업 주식 투자로 큰 돈을 벌었다. 젊은 나이에 큰 돈을 만지면서 꿈에 부푼 것도 잠시. 2000년대 들어 벤처 신화가 무너지면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부모님 노후자금까지 모두 날리고 말았다.

그는 재기를 위해 컴퓨터그래픽운용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인쇄업을 시작했다. 30대 중반에 다시 ‘젊은 사장’으로 돌아왔지만 거래 기업의 부도로 연쇄 도산했다. 생활비가 부족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 ‘돌려막기’를 하다 결국 2004년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이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2005년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 5000만원이 넘는 빚 중 일부를 감면받고 8년간의 긴 ‘빚 갚기’에 들어갔다. 월 30만원짜리 단칸방으로 이사한 그는 두 자녀와 부인을 위해 하루 3시간씩 자며 새벽에는 우유 배달, 낮에는 학원 강사,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생활비를 벌었다. 무리한 탓에 얼굴 근육이 마비되는 ‘구안괘사’라는 병까지 얻었다.

“맞벌이를 하는 탓에 밤 9시가 넘어 어린이집에 있는 딸을 데리러 갈 때가 가장 미안했습니다. 그 흔한 외식 한번 하지 못하고, 옷도 모두 얻어 입혔어요.”

그는 결국 지난 8년간 매달 40여만원씩 한 번도 연체하지 않고 빚을 갚은 덕분에 신용을 회복했다.

최근에는 서울 상도동에 제법 큰 보습학원도 열었다. “언제 다시 위기가 찾아올지 모릅니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기회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진=정동헌·김병언 기자 dh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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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대신 창업' 서신비·장혜진 아모리스트 대표
"매니큐어 리무버 이거 된다" 보스턴대 휴학 후 창업나서

경기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산업기술대 창업보육센터에는 수십 개의 창업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말띠 동갑내기(1990년생)인 서신비(사진 왼쪽) 장혜진 씨가 공동으로 설립한 ‘아모리스트’도 이곳에 있는 창업기업이다.

미국 보스턴대에 다니던 두 사람은 멕시코 칸쿤에 여행을 갔다가 창업을 결심했다. 친구 한 명이 매니큐어를 지우기 위해 무거운 가방에서 커다란 아세톤 병을 꺼내는 것을 보자 ‘간단한 매니큐어 리무버(지우는 제품)를 만들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보스턴대로 돌아간 이들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새끼손가락만 한 작은 비닐 팩에 매니큐어를 지우는 액체와 솜을 각각 넣은 뒤 밀봉했다. 마침 한 창업인큐베이팅 그룹이 미국 MIT대에서 개최한 창업경진대회에 이 제품을 보냈고, 상을 받았다. 그 길로 휴학계를 냈다. 중학교 3학년 때 시작한 유학생활을 7년 만에 접었다.

2012년 3월 경기 안산시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간 이들은 그해 6월 미국 피츠버그발명전시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3개월 뒤인 9월 아모리스트를 설립했다. 제품 개발 과정에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새해 2월부터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해외시장을 뚫기 위해 태국 싱가포르 중국 등에 샘플을 보냈다. “제품만 출시되면 보내달라”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국에서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공동으로 결성한 마케팅전문그룹이 백화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의 꿈은 휴대용 네일리무버를 시장에 낸 뒤 점차 관련 제품으로 다각화하는 것이다. 목욕할 때 몸을 닦는 ‘보디 볼’과 ‘보디클렌저’를 결합한 제품도 구상하고 있다.

서 대표는 서울, 장 대표는 부산 출신이다. 이들은 대학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됐지만 이제는 사업 파트너이자 동반자가 됐다. 서 대표는 “아모레퍼시픽같이 성공한 화장품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정동헌·김병언 기자 dh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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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 다시 일어선 김석훈·장종혁 씨
첫 창업서 3000만원 날려…하루 매출 100만원 '거뜬'

“가맹점을 창업한 올해는 아마 우리 인생의 전환점이 될 거예요. 내년에는 전체 가맹점 중 1등에 도전해볼 계획입니다.”

한식 프랜차이즈인 놀부부대찌개 서울 거여점의 공동 창업자인 김석훈 씨(28·사진 왼쪽)와 장종혁 씨(29)는 “작년과 올해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경험을 했다”며 활짝 웃었다. 2010년 ROTC 장교로 제대 후 ‘제너시스BBQ’에 취직한 두 사람은 창업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두 사람이 가진 돈 3000만원을 탈탈 털어 시작한 친환경상품 유통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편백나무를 원료로 만든 침구류와 살균기 등을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장에서 파는 사업이었다. 진입장벽이 낮은 상품 특성상 자금력이 달려 7개월 만에 손을 들어야 했다.

현실의 벽이 높다는 것을 깨달은 두 사람은 올초 다시 프랜차이즈 기업 ‘놀부’에 한 달 시차로 입사했다. 하지만 창업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지난 7월 함께 사표를 냈다. 두 달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9월2일 거여동에 놀부부대찌개 가맹점을 냈다. 놀부 본사에서는 가게 입지가 별로 좋지 않은데다 건물 2층에 있어 하루 50만원 매출이 나오면 다행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4개월 가까이 영업하는 동안 하루 매출 100만원을 거뜬히 돌파하고 있다. 주말에는 최고 16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조성연 놀부 본사 마케팅팀 대리는 “원래 배달을 안 하던 점포인데 두 사람이 집이나 사무실로 음식을 나르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철판구이 같은 저녁메뉴를 직접 개발해 직장인을 끌어들인 것도 성공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동업자인 두 사람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 김씨가 외향적이고 활달하지만 성격이 급한 데 비해 장씨는 꼼꼼하고 차분하며 신중한 편이다. 김씨는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치열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그 경험으로 지금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한 만큼 내년엔 더 큰 꿈에 도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시화산업단지=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