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혜 코레일 사장 등 조계사 찾아 노조 면담
관음재일 맞아 신도들 불편 호소…파업 찬반 시민 얽혀 혼란


코레일 노사가 26일 파업 13일 만에 노사 교섭을 재개하면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 부위원장이 머무는 서울 종로 조계사는 사태 해결의 가능성과 기대감이 고조됐다.

이날 조계사에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직접 방문해 박 부위원장을 만난 것을 비롯해 천호선 정의당 대표,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등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오전부터 '교착 상태에 활로를 터줄 뭔가'를 기대하는 분위기는 더욱 증폭됐다.

그러나 철도노조 파업을 두고 의견을 달리하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부딪치는 등 긴장 기류 또한 여전했다.

박 부위원장 등 노조원 4명이 조계사 극락전에 몸을 숨긴지 3일째인 이날 오후 2시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직접 조계사를 찾았다.

최 사장은 업무 복귀를 호소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박 부위원장이 머리를 맞대고 노사 교섭 재개를 이끌어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다소 굳은 표정이긴 했지만, 9일 파업 시작 이후 처음으로 서로의 손을 잡았다.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이 이 둘 사이에 섰다.

앞서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긴급 임시회의를 열어 '철도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화해와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조계종은 이번 철도노조원 조계사 피신을 두고 회의를 열어 "간절한 마음으로 부처님 품 안으로 들어온 노동자를 외면할 수는 없다"는 첫 공식 입장도 내놨다.

이날은 천호선 대표와 김정훈 위원장, 양성윤 민주노총 수석 부위원장이 잇따라 극락전을 찾아 박 부위원장과 대화를 나눴다.

천 대표는 취재진을 만나 "정부와 새누리당이 국회 입법을 통해 철도 민영화 방지를 분명히 한다면 문제는 금방 해결될 것"이라며 "정부와 코레일은 지금 바로 책임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김 위원장과 양 부위원장은 "철도노조의 투쟁이 승리하기까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최 사장의 조계사 방문으로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만남이 이뤄진 한국불교역사문화박물관은 취재진과 노조를 지지하는 시민, 파업에 반대하는 보수 시민단체 회원들이 한꺼번에 몰려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노사 실무교섭이 재개된다는 최 사장과 박 부위원장의 발표가 이어지자 노조 지지자들은 박수갈채와 환호를 보냈지만, 어버이연합 회원 20여명은 이에 거세게 항의하며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오후 3시께는 보수단체 20여개가 모인 보수대연합 회원 등 200여명이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철도노조 지도부 퇴거를 촉구하면서 혼란은 극에 달했다.

앞서 '철도파업을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든 한 시민은 파업 지지자들과 심한 욕설과 함께 몸싸움을 벌였고, 불교시민네트워크 회원 30여명은 '철도 파업을 대화로 해결하라'는 피켓을 든 채 경내를 한 바퀴 돌기도 했다.

특히 이날은 불교에서 관세음보살에게 기도를 올리는 매달 음력 24일 관음재일이어서 일부 신도는 이런 상황에 대한 불편을 호소했다.

오전 8시 50분께에는 기도를 드리러 온 신도 수십 명이 노조원들이 있는 극락전으로 향했다가 노조 지지자들에게 가로막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발길을 돌리던 신도 이경애(70)씨는 "사찰이 평안해야 기도가 되는데 이래서는 제대로 될 수가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경찰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3개 중대 300여명을 3교대로 나눠 조계사 인근에 배치, 드나드는 인원·차량에 대해 검문·검색을 펼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