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의 끝'은 언제…18일 사상 최장기
경찰 민노총 진입 초강수, 노동계 반발 확산

<※ 편집자 주 =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연합뉴스는 그동안의 파업 진행상황과 핵심 쟁점인 '철도 민영화' 문제, 산업계 피해 등을 점검하고 전문가 제언 등을 통해 그 해법을 찾고자 4건의 특집 기사를 송고합니다.>

전국철도노조가 '수서 발(發) KTX 법인 설립'에 반발하며 시작된 철도파업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26일로 18일째 사상 최장기를 맞고 있으나 파업 열차는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경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지난 22일 민주노총 본부까지 진입하는 초강수를 두고도 연행에 실패하면서 노동계 전체의 거센 반발만 불러 일으켰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 물론 야당과 시민 사회단체까지 가세한 극심한 '사회 갈등'으로 번지며 연말 정국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정부는 초기부터 불법 파업에 원칙 대응을 강조하며 조속한 '파업 철회'를 고수하고 있고, 여전히 노조는 "수서 발 KTX 법인 설립은 민영화로 가는 수순인 만큼 당장 철회해야 한다"며 중단없는 파업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 '수서 발 KTX 법인' 설립이 파업 단초
철도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9일. 10일로 예정된 수서 발 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 개최 중단 등을 요구하며 8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마지막 본교섭에 나섰지만 교섭이 중단되자 9일 오전 9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김명환 노조위원장은 총파업 선언문에서 "선로를 바로잡고자 탈선을 눈앞에 두고 질주하는 열차를 잠시 멈추겠다"고 밝혔다.

노조 반대 속에 코레일은 파업 다음날인 10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수서 발 KTX 법인 설립·출자 계획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러면서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현재까지 참가 노조원 7천712명을 직위 해제하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또 노조 지휘부 191명을 고소·고발해 이 가운데 2명이 구속됐고 26명이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다.

◇ 철도운행률 '뚝'…국민 불편, 물류운송 큰 타격
파업 초기 코레일은 필수유지인력 8천418명과 대체인력 6천35명을 모두 투입해 KTX와 수도권 전동열차, 통근 열차를 평상시와 같이 운행했다.

새마을·무궁화호 운행률도 75%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체인력 피로도와 사고 위험성이 커지면서 열차운행률은 갈수록 떨어져 국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파업 3주째인 지난 23일부터는 KTX 운행률이 73%까지 낮아지고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도 평소의 56%, 61%만 각각 운행되는 등 전체 열차 운행률은 평시 대비 76.1%로 떨어졌다.

코레일은 파업 4주째인 30일부터는 필수유지 수준으로만 열차가 운행된다.

화물열차 운행률은 20%를 유지하게 된다.

필수유지 운행률은 KTX 56.9%, 무궁화호 63%, 새마을호 59.5%, 화물열차는 0%다.

화물열차 운행률은 파업 초기 40%대에서 30%대로 줄어들면서 연말 물류난이 가중됐다.

특히 내년 1월 6일 이후에는 필수유지 대상이 아닌 화물열차는 운행이 전면 중단될 예정이어서 산업계에 미칠 여파가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레일은 이 같은 감축 운행 영업손실액에 대해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1차로 9∼16일 손실액 77억원을 먼저 청구했고, 이후 파업 종료 시까지 손실액을 추가 청구하면 손해배상액은 200억원을 넘길 수도 있다.

◇ 경험부족·피로도 누적…'사고 속출'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피로도 누적과 대체인력의 경험 부족, 정비·점검불량 등으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 15일 오후 9시께 서울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승객 김모(84·여)씨가 전동차에서 내리던 중 문이 닫히면서 발이 끼어 숨지는 인명피해 사고가 처음 발생했다.

해당 전동차를 운행한 기관사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필수업무유지 인력이었지만 열차 출입문 개폐 조작을 담당한 승무원은 대체 투입된 철도대학 재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12일 새벽 경북 의성군 비봉역 인근에서 운행 중이던 화물열차의 바퀴 파손으로 탈선사고도 발생, 중앙선이 9시간 동안 불통됐다.

같은 날 코레일 소속 1호선 지하철이 운행 도중 멈춰 섰는가 하면 종각역에서 코레일 소속 전동차가 제동장치 이상으로 서울역에서 청량리역으로 향하는 상선구간의 운행이 중단되는 등 파업 이후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승객들의 불안감이 가중됐다.

◇ 민주노총에 첫 공권력 투입…노동계 반발 확산
김명환 위원장 등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핵심 지도부를 검거해 조속히 파업을 종식하려던 정부와 경찰은 지난 22일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하는 초강수까지 뒀으나 1명도 연행하지 못하고 노동계 전체와 야권,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만 불러왔다.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경찰 등 공권력이 투입된 것은 1995년 민주노총 설립 이래 처음이다.

민주·진보·정의당 등 야권은 경찰의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작전을 "불통정치의 극명한 사례"라고 일제히 규탄하고 비상 대응에 나섰다.

민주노총도 오는 28일 오후 3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결의한 상태이다.

한국노총도 "민주노총에 대한 폭압적인 공권력 투입에 대해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며 노사정위 불참을 비롯한 정부와의 모든 대화 중단을 발표했다.

원칙을 강조해온 정부의 노동정책에 험로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성탄절인 25일에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박태만 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서울 조계사에서 "종교계가 나서 중재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철도파업 여파가 종교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 장기전 돌입한 코레일
파업의 끝이 안 보이자, 코레일은 각종 대책을 마련하는 등 장기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인턴 교육 이수자와 퇴직 1∼2년 경력자 가운데에서 기관사 300여명, 열차승무원 200여명을 기간제로 채용하기로 했다.

차량 정비 등을 외주에 맡기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파업참가 노조원의 복귀상황을 고려해 열차 운행률을 더 높일 수 있도록 추가적인 인력 충원계획과 차량정비 등에 대한 외주화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차량정비 외주화 계획은 파업 이전에도 일부 진행 중이었다.

경정비는 이미 하고 있고, 중정비는 한 달 후에 외주 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

(대전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j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