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회피족' 10만명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정모씨(여)는 16~20일 치러지는 기말고사에서 한 과목은 시험을 보지 않기로 했다. 2008년 입학한 뒤 영국 런던으로 어학연수도 다녀왔고 예상 졸업 평점도 4.5 만점에 3.9 정도지만 최근 치른 금융회사 공기업 등의 입사 시험에서 모조리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졸업생 신분으로 지원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며 “한 과목에서 F학점을 받은 뒤 내년에 재수강하며 취업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업을 이유로 졸업을 미루는 ‘모라토리엄족(族)’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재학생 신분으로 도전하면 졸업생보다 유리하다는 인식이 여전한 데다 재수강을 통한 ‘학점 성형’이 가능해서다.

취업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고 대학에 남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정원 대비 등록학생 비율을 나타내는 재학생 충원율이 110%를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김재금 교육부 대학정책과장은 “정원의 10% 정도가 정원 외(저소득층특별전형 등) 등록임에 비춰 볼 때 충원율 110% 초과는 학생들이 졸업을 미루고 계속 등록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재학생 충원율 110% 초과 인원은 지난 4월 현재 93개대 9만6141명이다. 2011년 83개대 7만3650명과 비교하면 해마다 1만명씩 늘어난 셈이다. 대학가에선 내년에 모라토리엄족이 1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학 교무처장협의회 회장인 하수권 부산외대 교학처장은 “기업들이 취업 재수생을 꺼린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졸업을 미루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웅/홍선표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