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직 자체 증거 없고 가혹행위 흔적"

사상 최악의 '사법살인'으로 이어진 이른바 '1차 인민혁명당 사건'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1965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48년 만이다.

이로써 두 차례의 인혁당 사건에서 이뤄진 위법한 수사와 재판이 뒤늦게나마 모두 바로잡히게 됐다.

이날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 가운데는 나중에 2차 인혁당 사건으로 불리는 '인혁당 재건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사형이 집행된 도예종(1924∼1975)씨도 포함돼 있다.

서울고법 형사9부(김주현 부장판사)는 28일 1차 인혁당 사건 때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도씨 등 9명의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와 당시 국회 조사자료 등을 볼 때 인혁당이 강령을 가진 구체적 조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몸에 고문의 흔적으로 보이는 상처가 있었고 변호인이나 가족과의 면담·접견이 허락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는 자료 등을 토대로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그러나 당시 기소된 13명 가운데 이들을 제외한 4명은 재심청구가 기각돼 누명을 벗지 못했다.

중앙정보부는 1964년 8월 "북괴의 지령을 받고 대규모 지하조직으로 국가변란을 획책한 인민혁명당 사건을 적발해 41명을 구속하고 16명을 수배중"이라고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도씨 등 13명이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서울지검 검사들이 공소 제기를 거부하고 사표를 내기도 했다.

1심은 2명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전원에게 징역 1∼3년에 일부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이듬해 확정됐다.

중앙정보부는 1974년 유신반대 투쟁을 벌인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을 수사하면서 인혁당 재건위를 배후로 지목하고 1차 인혁당 사건 연루자들을 다시 잡아들였다.

도씨 등 8명에게 사형이, 17명은 징역 15년부터 무기징역의 중형이 선고됐다.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인들은 판결 18시간 만에 형이 집행됐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2007∼2008년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