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입시 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영훈국제중은 국제특성화학교로 지정되자마자 첫 신입생 선발 때부터 성적 조작 등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조작과 공금 유용 등의 혐의로 기소돼 15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된 영훈학원 김하주(80) 이사장의 판결문에는 김 이사장이 학교의 재정·회계·행정사무 전반을 지시, 관리하며 전권을 행사한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김 이사장은 선발 전형과 무관하게 같은 법인 산하인 영훈초 출신 지원자를 많이 합격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때문에 추천서 등 일부 지원 서류는 인적 사항이 확인되지 않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하기로 된 규정도 사실상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학교 측은 2012학년도 일반전형 지원자 중 영훈초 출신 학생의 주관식 영역 점수를 만점으로 고쳐주는 등 2012∼2013학년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1차 합격권에 근접한 영훈초 출신 학생들의 주관식 영역 점수를 임의로 고쳐줬다.

앞서 2009~2010년에는 신입생 중 결원이 발생하자 영훈초 출신 학생 5명의 성적을 조작, 입학 편의를 봐줬다.

그 대가로 김 이사장은 학부모들로부터 총 1억원을 건네받았다.

그 결과 영훈초 출신 합격생은 신입생 선발 첫 해인 2009학년도에 5명에 그쳤으나 2013학년도에는 총 39명으로 늘어났다.

영훈국제중의 비경제·경제 사배자 전형은 주관적 점수를 조작하기 쉽다는 점 때문에 특정 학생을 선발하는데 악용됐다.

정작 배려 대상자였던 특정 아동보호시설 출신 성적우수 학생들은 대부분 합격권에서 배제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1년 11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비경제 사배자 전형에 지원하자 김 이사장은 직접 학교 관계자들에게 "학교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니 선발하라"고 말했다.

또 당시 영훈국제중 교장이었던 곽모(76)씨도 재차 입학 관리 교사들에게 이 부회장의 아들을 "각별히 신경써 달라"고 지시했다.

이후 이 부회장의 아들과 또다른 영훈초 출신 지원자 등 2명의 주관식 점수가 만점으로 고쳐졌고 이들보다 성적이 높았던 지원자 13명의 점수는 낮게 조작됐다.

반면 사배자 전형 지원자 중 합격권 내의 한 아동보호시설 출신 지원자가 여러명 있자 교사들은 이들 중 매년 1명씩만 합격시키기로 사전에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2012~2013학년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1차 합격권에 들었던 아동보호시설 출신 지원자들 총 8명 중 6명은 성적이 낮게 조작돼 불합격 처리됐다.

이번 재판을 통해 김 이사장은 학교의 신입생 선발에서 교직원 인사·회계 관리까지 업무 전반에 걸쳐 전권을 행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아무런 제지없이 학교 공금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김 이사장은 학교 운영 첫 해인 2009년 영훈초 출신 합격생이 5명에 불과하자 당시 초대 교장을 즉각 국제중 관련 업무에서 배제시켰다.

또 2007~2012년에는 재단의 토지보상금 5억1000만원과 학교 교비 12억 6100여만원을 횡령했다.

그는 대부분 별도의 회계처리없이 자신의 측근이자 영훈국제중 행정실장 임모(53)씨에게 "대여금고에 보관했다가 달라고 할 때마다 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