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진태 전 대검차장이 27일 오후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 er@hankyung.com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진태 전 대검차장이 27일 오후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 er@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김진태 전 대검찰청 차장(61·사법연수원 14기)을 검찰총장 자리에 지명한 것은 검찰 조직 수습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둔 인사라는 관측이 많다. 김 후보자는 27일 오후 4시께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인을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참 어려운 시기에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열심히 하겠다”고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수사 경험 많고 조직 장악력 뛰어나

김 후보자는 수사 경험이 많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진주고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은행을 다니다가 사법시험에 늦깎이 합격해 검찰 조직에 몸담았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56·13기)보다도 다섯 살 많다. ‘연륜’ 면에서 조직 장악 및 지휘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 검사로서 풍부한 수사 경험을 쌓아온 것도 강점이다. 그는 평검사 시절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팀에 참여해 연루된 주요 재벌 기업을 수사하고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대검 중수2과장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를 수사해 구속까지 이끌기도 했다. 사건에 파묻혀 지낸 탓에 외국연수 한번 못 가본 순수 ‘토종’ 검사이기도 하다. 검찰 내에선 “생각이 깊고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있는 분”이라는 평가와 함께 “훈육관 스타일이라 검찰기강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긴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야권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친분을 문제삼는 데 대해 김 후보자는 이날 “과거 평검사 시절 법무심의관실 검사와 법무장관으로 만난 것 이외에 다른 인연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 후보자의 한 지인은 “대학시절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도망자 신세로 떠돌며 절에 들어가기도 했고, 이를 계기로 야권 인사들과도 두루 친분이 두터웠다”며 “정치적 치우침 없이 법과 소신대로 현안들을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후보자는 불교와 한학에 조예가 깊다. 그는 1973년 유신반대운동을 벌인 혐의로 쫓기던 중 경남 사천의 다솔사에 피신해 있다가 불교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봉당(鳳堂)’이라는 법명을 받고, 수월 스님(1885~1928)의 행적을 담은 단행본 ‘물속을 걸어가는 달’을 펴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최대 과제는 ‘조직 안정’

김 후보자의 최대 과제는 채 전 총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 내분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검찰 조직을 이른 시일 안에 안정시키는 일이다.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이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수사 배제 이후 불거진 수사 외압 논란이나 특수-공안 라인 간 갈등 봉합도 급선무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현안이 되고 있는 사건들을 공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일관된 생각이고 의지”라고 말해 이번 인사를 통해 국정원 댓글 사건에 의혹을 남기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검찰청은 윤 전 팀장의 후임으로 ‘공안통’인 이정회 수원지검 형사1부장(47·23기)을 임명하고 정진우 수원지검 부부장(41·29기)도 특별수사팀에 충원했다.

아들 병역 의혹 등은 청문회에서 넘어야 할 ‘산’이다. 김 후보자의 아들은 군 신체검사에서 사구체신염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아들이 수차례에 걸쳐 입대를 지원했으나 질병으로 통과를 못한 것”이라며 “경위 여하를 떠나 송구스럽다”고 해명했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는 이르면 다음달 중순께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소람/도병욱 기자 ram@hankyung.com